이 같은 기류는 이미 감지됐다. 박 의원은 9일 당 의원총회에 참석해 동료 의원들에게 입장문을 배포하려 했다. “홍문표 의원은 예결위원장을 이미 맡았으니 관례에 따라 상임위원장이 될 수 없으며, 애초에 1년씩 상임위원장을 나누기로 한 데 합의한 적 없다”는 취지의 내용이다. 박 의원은 전날 국토위 회의에서 “위원장직을 계속 수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 의원이 입장문을 돌리자 나경원 원내대표는 “이거(친서) 누가 나눠주신 진 모르지만 조금 이따 나눠주세요”라고 했고, 지켜보던 홍문표 의원은 “지금 뭘 나눠주고 있어”라며 소리쳤다. 박 의원의 공개 발언 요청도 거부당했다.
한국당은 지난해 7월 원 구성 합의를 하면서, 임기 2년의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 자리를 당내 3선들이 1년씩 나눠 맡기로 구두 합의를 했다. 이에 따라 최근 한국당 몫인 산업자원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장(홍일표→이종구)과 보건복지위원장(이명수→김세연) 등은 순조롭게 교체됐지만 국토위원장 자리는 진통을 겪고 있다.
박 의원이 국토위원장직을 내려놓지 않는 것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내년 총선을 고려했을 때 노른자리를 놓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란 얘기가 나온다. 국토위는 국토교통부 등을 소관 부처로 두고, 사회간접자본(SOC) 등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총괄한다. 자신의 지역구에 철도·도로 등을 놓는 등 예산 챙기기에 유리하다. 지난 4일 국토위원으로 보임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8일 국토위 회의에서 “누구나 오고 싶어 하지만 아무나 올 수 없는 곳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박 의원의 지역구(경기 안산단원을) 대표 현안은 신안산선(안산~서울 여의도) 개통인데, 착공식이 다음 달 열린다. 국토위원장으로 착공식에 참여한다면, 박 의원으로선 지역 숙원 사업을 자신의 손으로 일구어냈다는 것을 보여줄 좋은 기회다.
하지만 "불문율을 깨고 있다"란 당내 비판 여론은 심상치 않았고 결국 박 의원의 당 윤리위 회부 결정까지 이어졌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