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교수는 8일 “하인리히 법칙에 따르면 한 가지 실수만 저질렀다고 건물이 붕괴하지 않는다”며 “이번 사고는 여러 잘못이 중첩됐기에 건물이 붕괴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서초구청에 따르면 철거업체는 5월 제출한 ‘철거공사 계획서’에 “해당 건물에 층마다 지지대인 잭서포트를 10여개씩 설치하겠다”고 적었다. 안 교수는 “잭서포트를 설치하겠다는 건 건물 위층부터 하나씩 철거해 내려오겠다는 뜻”이라며 “기둥 대신 건물 무게를 받쳐줄 수 있는 임시 기둥 역할을 하는 게 잭서포트”라고 설명했다.
"포크레인 위치, 건물보다 높았어야"
"지하층 건드리지 말았어야"
그는 “현장 관리자와 감리자가 자신들의 책임을 피하기 위해 애초 건물이 부실했다는 주장을 하는 것 같다”며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면 부실공사 했으면 철거하기 더 용이하다. 이들이 저지른 행동은 실수가 아니라 미친 행동이었다”고 주장했다.
구청 "감리자, 철거업체 관계자 고발"
서초구청은 “말이 안 되는 일”이라는 입장이다. 구청 관계자는 “철거계약서 낼 때 건축사가 상주 감리하겠다고 계약서까지 첨부해서 냈다”며 “감리 보조를 따로 맡겼다는 건 말이 안 된다. 만약 이를 허용했다면 건축주도 책임이 있어 감리자, 철거업체 관계자와 함께 고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현장 철거업체 인부들이 모인 단체 대화방에서 사고 20분 전쯤 “건물이 흔들린다” 등 건물 붕괴 가능성에 대해 언급한 것으로 보이는 내용을 확보하고 조사 중이다.
사고는 지난 4일 오후 2시 23분쯤 철거 작업 중이던 지상 5층, 지하 1층짜리 건물이 붕괴하면서 발생했다. 무너진 건물 잔해가 인접 도로에서 신호 대기 중이던 차량 3대를 덮쳐 예비신부 이모(29)씨가 4시간가량 갇혀 있다가 숨졌다. 이씨와 결혼을 약속한 황모(31)씨는 중상을 입고 구조돼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다. 두 사람은 결혼반지를 찾으러 가던 길이었던 것으로 전해지며 안타까움을 더했다. 다른 차에 타고 있던 60대 여성 2명도 경상을 입었다. 사고 다음 날인 5일 경찰과 소방당국 등은 붕괴 사고 원인이 지상 1~2층 기둥과 보가 손상돼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는 1차 합동 감식 결과를 내놨다.
이가영‧이병준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