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한·미연합군사령부를 통해 유엔사의 평시 직위 99개 중 최소 20개를 한국군이 맡아달라고 우리 국방부에 요청했다. 소식통은 “대부분의 유엔사 직위는 연합사 인원들이 겸직하고 있다”면서 “유엔사가 지난해 경기도 평택의 캠프 험프리스로 내려간 반면 연합사는 당분간 서울에 남게 됐고, 미국이 두 개의 사령부를 채울 사람이 부족하다며 한국에 도와달라고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교 20명 파견 6개월째 결론 못내
전작권 전환 뒤 개입 통로 우려
유엔사 해체 주장 북한도 의식
다른 소식통은 인력난은 겉으로 드러난 명분이며, 미국의 속내는 유엔사의 기능 강화에 있다고 전했다. 원래 유엔사는 1978년 한국을 방위하는 임무를 연합사에 넘겨준 뒤 정전협정을 유지하는 역할만을 담당하고 있다. 연합사령관이 유엔사령관 ‘모자’를 함께 쓰며, 연합사 참모가 유엔사 참모를 겸하고 있다.
그런데 미국은 지난해부터 유엔사 참모 자리를 별도로 채우고 있다. 또 유엔사 부사령관에 에어 캐나다 육군 중장을 지난해 임명한데 이어 올해 스튜어트 메이어 호주 해군 소장을 임명했다.
특히 로버트 에이브럼스 연합사령관이 유엔사의 기능 강화에 적극적이라고 한다. 그는 지난해 9월 미 의회에서 “남북은 대화를 계속할 수 있지만, 모든 것은 유엔사에 의해 중개·심사·사찰·이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요구에 6개월 째 결론을 내지 않고 있는 것과 관련, 국방부 당국자는 “여러 사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김열수 한국군사문제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왕래 논의에서 유엔사가 빠지라’는 등 유엔사를 인정하지 않고 해체를 주장하는 북한의 입장을 정부가 의식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관련 사항에 정통한 또 다른 소식통은 “정부가 기본적으로 유엔사의 역할 확대에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정부는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미국이 유엔사를 통해 연합사에 개입할 것을 우려하고 있으며, 북한과의 평화협정 체결 이후 유엔사 해체 가능성까지 생각하고 있다는 게 그의 전언이다.
이철재 기자, 박용한 군사안보연구소 연구위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