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의 사랑과 우정을 다룬 ‘에이틴’으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들 역시 방송계에서 잇단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극 중 도하나 역할을 맡아 걸크러시한 매력을 뽐냈던 신예은은 단숨에 tvN 드라마 ‘사이코메트리 그 녀석’의 주연을 꿰찼고, 김하나 역할로 청초한 매력을 자랑한 이나은은 9월 방영 예정인 MBC 수목극 ‘어쩌다 발견한 하루’ 준비가 한창이다. 신예은과 이나은은 각각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배우 연습생과 2015년 데뷔한 걸그룹 에이프릴 멤버로 첫 연기 도전이었지만 ‘에이틴’ 덕분에 이미 검증된 배우 대접을 받고 있다. 신예은이 촬영한 광고만 15편에 달해 ‘10대의 전지현’이라 불릴 정도다.
철저한 사전조사로 공감대 형성
시즌 1·2 조회수 2억5000만 뷰
출연배우들 TV 드라마·예능 진출
주인공 신예은 광고 15편 촬영
올 초 JTBC ‘SKY 캐슬’에서 쌍둥이 형 차서준 역으로 출연한 김동희 역시 ‘에이틴’이 배출한 스타다. 동생 차기준 역의 조병규와 강예서 역의 김혜윤 역시 각각 ‘음주가무’와 ‘전지적 짝사랑 시점’ 등 웹드라마에서 먼저 활약한 케이스다.
매회 페이스북 페이지 ‘서연고 대신 읽어드립니다’에 올라온 사연으로 시작하는 오프닝이나 카카오톡 대신 페이스북 메신저를 통해 대화하는 장면 등도 이러한 리서치의 결과물이다. 이들에게는 누가 나를 좋아하는 것을 처음 알게 되는 것도, 친구들 사이의 우정에 금이 가고 있음을 느끼는 것도 모두 실생활보다 페이스북에서 먼저 일어나기 때문이다.
팬십도 처음 모집했다. 가수 팬클럽에 가입하면 팬미팅을 선예매하고, 굿즈 등 각종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에이틴2’ 팬십에 가입하면 다른 사람들보다 최대 일주일 먼저 영상을 볼 수 있도록 한 것. 그 결과 일본·미국·호주 등 전 세계 24개국에서 회원들이 몰려드는 등 글로벌 홍보 효과도 톡톡히 누렸다. 지난달 방탄소년단 영국 웸블리 공연을 생중계 하는 등 아이돌 콘텐트 제작에 공들여온 네이버 브이라이브로서도 팬덤이 한층 넓어지는 효과를 거뒀다.
웹드라마의 이 같은 성장세가 이어지자 네이버 브이라이브는 V오리지널 작품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 3월 와이낫미디어가 제작한 ‘리얼하이로맨스’를 시작으로 4월엔 72초 TV가 만든 ‘아 남고라서 행복하다’, 5월엔 딩고 스튜디오의 ‘로봇이 아닙니다’ 등 매달 새 오리지널 웹드라마를 방영하는 식이다. CJ ENM의 디지털 스튜디오인 tvN D 역시 지난해 화제를 모은 ‘통통한 연애’ 시즌 2를 이달부터 V오리지널로 공개하고 있다.
제작사로서도 네이버와 협업에 긍정적이다. 72초 TV의 이은미 매니저는 “웹드라마는 여성 시청층이 대부분이지만 ‘아 남고라서 행복하다’가 남학생들의 지지를 받으면서 새로운 시청층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유튜브 채널의 시청층이 넓게 퍼져 있다면, 네이버는 콘텐트별로 적극적 팬덤을 형성하고 있는 게 특징”이라고 말했다. 홍보 효과 역시 무시할 수 없다. 한 제작사 관계자는 “디지털 콘텐트는 홍보가 쉽지 않은 편이지만 네이버 V오리지널로 방영되면 포털 메인에 우선적으로 노출된다”고 밝혔다.
웹드라마의 급성장 이면에는 기존 방송사들이 시청자들의 변화에 둔감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희정 대중문화평론가는 “과거 ‘학교’나 ‘반올림’처럼 오랫동안 사랑받은 청소년물이 있었지만 드라마 제작비가 점점 더 높아지고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하면서 10대 시청자들이 소외됐다”며 “회당 10분 안팎의 콘텐트에 익숙해진 젊은 층에 60분짜리 16부작 드라마는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예대 극작과 고선희 교수는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메커니즘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큰 이데올로기를 담은 기승전결의 선형 서사는 점차 사라지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일상을 담은 이야기가 사랑받는 상황에서 웹드라마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밝혔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