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막힘이 없었던 정 장관이 이날 총 5시간 40분가량 진행된 국방위에서 답변을 바로 내놓지 못하고 잠시 머뭇거렸던 장면이 두 차례 정도 있었다.
정 장관은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과의 질의응답에서 처음으로 말문이 막혔다.
▶이 의원=“(경기도 파주 적성면 적군 묘지는) 아직도 적군 묘지 맞죠?”
정 장관은 4초 뜸을 들였다.
▶정 장관=“네, 적군 묘지입니다.”
이 의원은 아직 국방부의 관리권이 경기도로 넘어가기 전이라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인민군 추모제를 하게 내버려 둔 국방부를 어떻게 생각하나”고 따졌다. 정 장관은 “국방부에서 성역화할 그런 의사는 전혀 없다”고 진화했다.
6·25 전쟁의 성격을 묻는 한국당 의원의 질문에 대해서도 정 장관은 즉각 답하지 못했다.
▶백승주 의원=“장관님. 6ㆍ25전쟁은 김일성과 노동당이 벌인 전쟁범죄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생각하고 있어요?”
정 장관은 4초 동안 말이 없었다.
▶백 의원=“전쟁범죄입니까, 아닙니까, 6.25가?”
▶정 장관=“어떤 의미로 말씀하시는 겁니까?”
▶백 의원=“북한이 남침을 기획하고 침략한 전쟁이라 생각하는 데 동의합니까?”
▶정 장관=“북한이 남측 이렇게 침략한 전쟁으로.”
백 의원은 이어 김일성과 노동당의 전쟁 범죄의 공범이 될 수 있는 약산 김원봉에 대한 독립유공자 서훈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하려 했다.
▶백 의원=“그 당시에 김일성을 검열상과 노동상으로 도운 김원봉은 전쟁 범죄의 책임이 있습니까, 없습니까?”
정 장관은 고개를 숙여 자료를 뒤적였다. 그러자 백 의원이 다시 물었다.
▶백 의원=“김원봉이 범죄의 책임이 있어요, 없어요? 생각을 많이 해야 합니까?”
정 장관은 뭔가를 발견한 듯 자료에 시선을 고정했다.
▶정 장관=“하여튼 북한 정권 수립에 기여하고 적극 동조한 것으로 그렇게.”
정 장관은 이날 머뭇거린 사안들은 여느 국방장관이라면 바로 대답했을 것들이었다. 정 장관은 앞서 3월엔 국회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 해전 등에 대해 “불미스러운 남북 간의 충돌”이라고 말해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정 장관이 이날 속 시원히 답변한 경우도 있었다. 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차례에서였다.
▶최 의원=“군내에서 언론에 계속 정보를 건네주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런 사례가 없었어요. 그런 일 다시 없도록 하세요.”
▶정 장관=“작전 보안이 잘 지켜지도록 강조하겠습니다.”
이날은 정부가 북한 목선의 삼척항 입항 사건의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경계 실패와 늑장 보고를 자인한 날이었다. 이런 날 언론 유출을 막겠다는 답변에선 신속했다.
이철재ㆍ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