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 하나. ‘전기차는 죽어서 OOO를 남긴다’.
OOO에 들어갈 정답은 ‘배터리’다. 내연기관차의 핵심 부품이 엔진이라면, 전기차는 배터리다. 배터리값이 전기찻값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다. 그런데 수명을 다한 전기차 배터리를 ‘고철’ 취급한다면?
정부가 해법을 찾아 나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환경부ㆍ제주도ㆍ경상북도ㆍ현대차와 전기차 사용 후 배터리 자원순환체계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연말까지 제주도에 연 1500대의 전기차 배터리를 재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구축할 계획이다. 남명우 산업부 전자전기과장은 “그동안 ‘보급’에만 치중한 전기차를 관리ㆍ재활용하는 ‘선순환’ 구조로 유도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미래 차로 주목받는 전기차와 달리 배터리는 관심의 사각지대에 있었다. 세계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인 닛산 ‘리프’가 2010년 출시한 뒤 아직 본격적인 폐차 주기가 도래하지 않아서다. 대기환경법에 따르면 전기차를 폐차할 경우 배터리를 지방자치단체에 반납하게 돼 있다. 올해 5월 말 기준 전국에 보급한 전기차는 6만9000대다. 그런데 각 지자체로 반납한 전기차 배터리는 112대(0.16%)에 불과하다.
배터리는 기본적으로 금속이다. 분해한 다음 순수 자원(리튬ㆍ니켈ㆍ코발트ㆍ망간 등)으로 다시 쓰는 ‘원초적’ 재활용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한발 나아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재활용하면 ‘황금알’이 될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 최민지 환경부 자원재활용과장은 “7~15년 운행한 전기차 배터리는 초기 용량의 70~80% 수준에서 폐차할 경우 ESS로 10년 이상 재활용해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립재생에너지연구소(NREL)는 재생 배터리 판매 가격이 새 제품 대비 30~70%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내비건트 리서치는 중고 배터리 시장 규모가 2015년 1500만 달러(약 175억원)에서 2035년 30억 달러(약 3조5000억원)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아직 초기인 만큼 정부ㆍ자동차 업계가 연구개발(R&D)에 속도를 낼 경우 기회가 있을 것으로 본다. 김필수 교수는 “배터리 재활용이 활발해지면 산업 효과는 물론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전기차 보급에 들이는 노력의 일부라도 배터리 재활용 산업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