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 한 방이면 동점이 되는 상황에서 이대은은 첫 타자 구자욱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았다. 3번타자 김헌곤을 풀카운트 끝에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4번 러프를 우익수 플라이로 잡고 실점 없이 이닝을 마쳤다.
미국·일본 리그를 거쳐 올해 KT에 입단한 이대은은 시즌 초 선발투수로 나섰지만 경기가 잘 풀리지 않았다. 그를 불펜으로 돌린 건 이강철 KT 감독의 승부수였다. 어깨 통증으로 1군에서 빠진 김재윤을 대신해 지난달부터 이대은을 클로저로 활용하고 있다.
해외 시절 대부분의 경기에서 선발로 던졌던 이대은의 특징을 이 감독이 다시 파악한 것이다. 선발 경험이 있어 8회부터 던져도 완급조절을 할 수 있다는 점을 이대은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이날 8회 초 위기에서도 빠른공에 의존하지 않고 포크볼 위주의 피칭을 했다. 이 감독은 "이대은이 정말 잘해주고 있다. 김재윤이 돌아와도 셋업맨을, 이대은이 마무리를 맡을 것"이라고 말했다.
KT의 연승은 주포 강백호가 부상(손바닥)으로 빠진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위기에서 꺾이지 않고 상승세를 만든 것이다.
강백호의 공백을 메운 건 조용호다. 강백호가 그랬던 것처럼 3번 타순과 우익수를 맡고 있다. 조용호는 장타력이 떨어지지만 콘택트 능력과 작전수행력이 뛰어나다. 타격 직전 내야수의 움직임을 보고 툭 밀어쳐 안타를 만들어 내며 이 감독을 여러 번 놀라게 했다.
이 감독은 "강백호가 있으면 타선의 무게감이 있다. 그러나 조용호가 들어가면 작전구사의 폭이 넓어진다. 우리 팀은 (장타자가 많지 않아) 작전을 해야 득점력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조용호는 올 시즌 36경기밖에 뛰지 않았지만 타율 0.329를 기록 중이다.
이날 삼성전에서 선발 6이닝 6피안타 무실점으로 승리투수(3승6패)가 된 배제성을 비롯해, 전날 삼성전에서 5이닝 7피안타 3실점으로 승리(5승7패)한 김민, 2승 2패를 기록 중인 김민수까지 5월 이후 선발진에 합류해 놀라운 피칭을 하고 있다. 투수 기근에 시달리는 KBO리그에서 KT의 젊은 선발투수 자원은 상당히 돋보인다.
이 감독은 "마운드가 안정되고 수비가 탄탄해 졌다. 쉽게 실점하지 않으니 승부가 되고 있다"며 "우리 팀은 베테랑들이 젊은 후배들을 시기하지 않고 기술적·정신적으로 많이 도와준다. 그런 과정을 통해 팀이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원=김식 기자 seek@joongna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