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 삼성증권, 신영증권, 메리츠종금증권 등 국내 5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이 전망하는 하반기 전망도 그리 우호적이지는 않다. 당분간 부진한 지표와 각종 불확실성 속에 ‘고난의 행군’을 해야 할 것으로 예상됐다.
리서치센터장 5인의 하반기 전망
무역전쟁, 미 금리인하 최대변수
경기 둔화→실적 악화→증시 하락
올해 성장률 2.0~2.3% 그칠 것
이런 상황에서 금리 인하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움직임은 시장의 흐름을 바꿀 수 있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주식시장이 금리인하 가능성을 지나치게 높게 반영하거나 Fed가 시장의 기대를 관리하는 과정에서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코스피는 박스권에서 등락을 지속할 전망이다. 리서치센터장들은 올해 코스피가 최저 1900포인트에서 최고 2350포인트 사이를 오르내릴 것이라고 봤다. 가장 낙관적인 곳은 메리츠종금증권(코스피 2000~2350 포인트)이다. 이경수 센터장은 “3분기말 이후 시장의 추세 반등이 기대된다”며 “4분기에는 미국 재고싸이클의 저점을 확인할 수 있고 유로존과 중국의 경기 회복까지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어두운 전망을 하는 곳은 한국투자증권(1900~2280포인트)이다. 윤희도 센터장은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와 내수 침체 심화로 기업이익 전망치가 계속 낮아지고 있어 국내 증시의 반등 가능성도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코스피에 상장된 기업이익(순이익)이 3분기까지 전년 대비 20~30% 줄어들 수 있다(오현석 센터장)는 전망까지 나왔다. 센터장들은 경기 둔화가 기업 실적 악화와 증시 하락으로 이어지며 다시 경기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냈다. 이들이 전망하는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2.0~2.3%다. 한국은행의 예상치(2.5%)보다 낮다.
구용욱 미래에셋대우증권 센터장은 “1분기 성장률이 1.8%(전년동기대비)였고 2분기에도 수출이 좋지 않은 만큼 상반기는 전반적으로 낮은 성장률을 기록할 것”이라며 “하반기 회복국면으로 접어들더라도 연간으로는 2% 내외 성장률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국 경제가 저성장의 늪에 빠져드는 가장 큰 요인은 수출의 선두주자인 반도체의 부진 탓이다. 센터장 5명 중 3명(김학균·이경수·오현석)이 올해 반도체 업황 회복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재고가 많이 쌓인 데다 수요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돼서다. 빨라야 내년 1분기에 저점을 통과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반면 구용욱·윤희도 센터장은 “글로벌 경기선행지수가 최근 저점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며 이에 따라 반도체 업황이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올해 원화가치는 달러당 1130~1200원대 사이에서 머물 것으로 예상됐다. 하반기에 눈여겨봐야 할 투자처로는 핀테크·모빌리티·면세·화장품·모바일광고·증권(오현석), IT(윤희도), 제약·벌크(김학균), 자동차(윤희도·김학균) 등이 꼽혔다.
정용환 기자 jeong.yonghwan1@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