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특성상 각종 접대비와 리베이트, 커미션 등도 고민거리다. 통상적으로 쓸 수밖에 없는 돈인데 비용증명이 어렵다. 이 역시 가지급금으로 회계처리했다. 2011년부터 이런 식의 가지급금이 쌓여 지난해 말 현재 24억원에 이르게 됐다. 이씨는 비용처리가 되는 것으로 알았던 가지급금이 법률적, 세무적으로 매우 큰 위험이 될 수 있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 개인적으로 쓰지도 않은 가지급금을 자신이 갚아야 한다는 걸 알고는 당황해하고 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사장이 빌린 걸로 가지급금 처리
법인세·소득세 등 세금폭탄 원인
급여인상·차등배당 등으로 해결
또 가지급금으로 누적된 금액에서 이자가 매년 복리로 4.6%씩 발생(가지급금 인정이자)하는데 방치해두면 무섭게 불어난다. 가지급금 인정이자가 과도하게 누적되면 불필요하게 기업가치를 상승시켜 세금부담을 키울 수 있다. 가지급금은 기업회계에서 암적 존재인 만큼 그대로 놔두면 더 이상 기업을 이어갈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만들 수 있으므로 얼른 해결해야 한다.
먼저 이씨의 회계장부를 분석해 가지급금 발생 원인부터 찾아봤다. 그 결과 증명이 어려운 비용(증빙불비)이 18억원에 달했다. 건설업계 특성상 발생하는 각종 리베이트와 커미션, 외국인 노동자에게 지급하는 인건비 등이 그것이다. 거래처의 폐업 또는 채무자의 부재 등으로 회수가 어려워진 회수불능채권 등이 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밖에 가지급금 이자가 발생해 누적된 금액이 3억원이었다.
쌓인 가지급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발생 원인에 따라 따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인건비 신고를 못 하는 대신에 온라인송금 자료 등으로 비용 입증을 해야 한다. 그러나 건설노동자 임금은 현금으로 지급하는 경우가 많아 세법에서 요구하는 증빙을 찾기 어려운 상황이 빈번히 발생한다. 이 경우 입금 내역은 없더라도 공사 현장에서 사용한 임금관리대장 등을 통해 입증할 수 있는데, 이때 인건비 미신고에 따른 가산세 2%는 물어야 한다.
가지급금 발생 후 이를 처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근본 원인을 찾아 해결하지 않으면 또 다시 발생할 수 있다. 가지급금은 적법한 과정을 거쳐 적절한 해법을 찾아야지 세금을 좀 줄이겠다고 편법을 쓰다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반드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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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명 기자 seo.jimy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