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프로야구 퓨처스 리그(2군) 경찰청과 두산의 경기가 열린 경기도 고양 경찰야구장. 8-5로 승리한 경찰 야구단 선수들은 어색한 거수경계로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이 곳에서 열리는 마지막 경기였기 때문이다.
2005년 12월 창단한 경찰 야구단은 2006년부터 14시즌 동안 2군 리그에서 활동했다. 선수들의 병역을 위해 KBO는 경찰의 도움을 받았다. 서울지방경찰청 소속으로 경기에 나서고, KBO는 해마다 운영비(연평균 약 15억원)를 지원했다. 첫 3년간은 선수가 부족해 북부리그 하위권을 맴돌았지만 2009년과 2010년엔 2위, 그리고 2011년부터는 8년 연속 우승까지 차지했다.
그런 경찰 야구단은 이제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7월 10일 충남 서산에서 열리는 한화 2군과의 경기가 마지막이다. 선수들이 전역하는 8월엔 팀이 해체된다. 정부의 의무경찰 축소 및 폐지(2022년 예정) 계획 때문이다. KBO와 야구계는 경찰 야구단 존속 및 기간 연장을 위해 노력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류대환 KBO 사무총장은 "병역의 의무가 중요하고 형평성이 중요하다는 건 공감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기량 유지란 측면에서 경찰 야구단에 사라지는 건 야구계의 큰 손실"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선수단만 아쉬웠던 건 아니었다. 그동안 경찰 야구단 관리 주체였던 KBO 관계자들도 안타까움을 크게 드러냈다. 특히 이날 경기를 기록한 장준봉 기록원은 데뷔전이 2012년 4월 10일 벽제에서 열린 경찰과 상무의 경기였다. 2012년 입사해 1군 150경기, 2군 668경기를 기록한 그는 "군 팀끼리 대결이라 나름대로 2군에선 빅매치다. 굉장히 떨었던 기억이 있다"고 떠올렸다. 올해 경찰 개막전도 맡았던 장 기록원은 "장원준 선수가 직접 전광판을 조작한 게 기억난다. 역사의 한 페이지가 사라져서 아쉽고, 나름대로 유망주였다가 사라진 선수들도 생각이 난다"고 했다.
2009년부터 팀을 이끈 유승안 감독은 "200여 명의 선수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비록 경찰 야구단은 사라지지만 훌륭한 선수들을 키웠다는 기억이 남길 바란다"고 아쉬워했다. 경찰청은 없어지지만 기록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KBO는 경찰 야구장 시설물과 경기구 등을 아카이브에 보관할 예정이다.
고양=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