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반성장에 앞장서는 SK, 말없이 꾸준한 LG

중앙일보

입력 2019.06.28 11:55

수정 2019.06.2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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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그룹별로 본 ‘상생 성적표’
 

문재인 대통령(앞줄 왼쪽 세 번째)이 '2019년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최태원 SK 회장의 질문을 듣고 있다.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어느 정도 수준에서 상생·협력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동반성장 성적표’가 공개됐다. 동반성장지수는 대‧중소기업 간 동반성장 촉진을 목적으로 대기업의 동반성장 수준을 평가하여 계량화한 지표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동반성장 평가 결과를 기업별로 구분해봤더니 대규모기업집단별로 희비가 엇갈렸다. SK그룹은 소문대로 열심히 했고, LG그룹은 말없이 열심이었다. 롯데그룹은 상대적으로 동반성장에 약했다. 
 
오너 앞장선 SK, 평가 결과 우수해
 

사회적 가치를 주제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에서 패널들이 토론을 진행 중이다. [사진 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가치 경영’의 전도사를 표방하고 있는 재계 3위 SK그룹은 빼어난 성적표를 받았다. SK그룹 주요 계열사가 일제히 동반성장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동반성장 평가는 총 5개 등급(최우수·우수·양호·보통·미흡)을 구분하는데, SK그룹 4개 계열사(SK건설·SK종합화학·SK주식회사·SK텔레콤)가 일제히 최상위권에 등극했다. 이번 평가에서 SK그룹은 6개 계열사가 평가대상이었는데, 나머지 2개사(SK실트론·SK하이닉스)도 모두 우수 등급을 부여받았다.


이는 그룹 오너의 확실한 의지와 관련이 깊다. 최태원 회장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 창출(Double Bottom Line)을 접목한 경영 방침을 내세우고 있다. 그는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사회적 가치가 차지하는 비율을 50%까지 늘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인화’의 LG, SK보다 더 빼어나
 
그런데 SK그룹보다 더 우수한 평가를 받은 대규모기업집단이 있다. 재계 4위 LG그룹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발표한 올해 동반성장지수 기업별 등급 분포를 보면, 최우수 등급을 받은 기업은 총 31개다. 여기서 LG그룹 계열사(LG디스플레이·LG생활건강·LG유플러스·LG이노텍·LG전자·LG화학·LG CNS)가 무려 20%를 차지한다.  
 

봉사활동을 펼치는 LG전자 임직원들. [사진 LG전자]

 
이번 평가 대상인 LG그룹 계열사는 총 7개다. 이 중 1개(LG하우시스)만 ‘우수’등급을 받았을 뿐 나머지 모든 계열사가 ‘최우수’ 등급을 받은 것이다.
 
김경태 동반성장위원회 평가부 대리는 “평가 대상 기업 중에서 통상 동반성장 지표가 상위 15% 이내인 기업은 ‘최우수’ 등급을 부여하고, 15~50% 이내인 기업은 ‘우수’ 등급을 부여한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서, 평가 대상 기업 중 LG그룹은 모든 계열사가 보통 이상의 상생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는 의미다.
 
LG그룹은 경영이념으로 ‘인화(人和·여러 사람이 화합하다)’를 강조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최근 LG그룹이 SK이노베이션과 갈등하며 조직문화가 달라졌다는 평가도 나오지만, 상생경영 분야에서는 여전히 인화의 경영이념이 통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5월 10일 경제 2면
 
삼성물산·현대로템은 ‘양호’ 등급 
 
삼성그룹·현대차그룹 등 재계 1·2위 대규모기업집단도 역시 규모에 걸맞은 상생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양대그룹 산하 계열사 중에서 평가 대상 기업들도 대부분 ‘최우수’ 혹은 ‘우수’ 등급을 받았다.  
 

동반성장 명예기업 리스트. 그래픽 = 차준홍 기자.

 
삼성그룹 최대 계열사 삼성전자는 무려 8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8년 연속 최우수 등급은 국내 기업 중에서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이 밖에도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S가 삼성전자와 함께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현대차그룹도 기아차, 현대건설, 현대모비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트랜시스 등 5개 계열사가 ‘최우수’ 등급이다.  
 
하지만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삼성그룹 계열사 중에서 유일하게 ‘양호’ 등급을 받았다. 현대차그룹에서도 최대 계열사인 현대자동차가 현대제철과 함께 ‘우수’ 등급을 받았고, 현대로템·현대위아 등 2개 계열사는 삼성물산 패션부문처럼 ‘양호’ 등급에 그쳤다. ‘양호’ 등급은 189개 평가 대상 기업 중 중소기업과 상생경영을 추진하는 수준이 중간에도 못 미친다는 뜻이다.
 
롯데그룹은 ‘최우수·우수’ 전아  
 

5대그룹 우수 계열사 비중. 그래픽 = 차준홍 기자.

 
재계 5위 롯데그룹은 평가 결과가 더 나빴다. 올해 평가를 진행한 12개 계열사 중 75%(9개사)가 무더기로 ‘양호’ 등급 판정을 받았다. 롯데건설, 롯데면세점, 롯데백화점, 롯데슈퍼, 롯데알미늄, 롯데제과, 롯데케미칼, 롯데푸드, 롯데홈쇼핑 등이다. 특히 롯데정보통신, 롯데지알에스, 롯데하이마트 등 3개 계열사가 ‘우수’ 등급을 받았을 뿐, ‘최우수’ 등급을 받은 계열사가 없었다. 
 
5대그룹 중에서 SK그룹과 LG그룹은 평가대상 계열사가 100% ‘우수’ 등급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삼성그룹(88.9%)과 현대차그룹(77.8%)도 전반적으로 우수 등급 이상이라는 평가를 받은 계열사가 많다. 반면 롯데그룹은 이 비율이 25%에 그쳤다.
 
한편 동반성장지수는 동반성장위원회가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와,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협약 이행평가를 조사한 결과를 1대 1로 합산해서 평가한다. 2011년부터 매년 1회 정기적으로 공표하고 있으며, 공정거래협약에 참여하지 않은 기업은 ‘미흡’ 등급을 받는다. 올해 평가 결과는 등급별로 '최우수' 31개사, '우수' 64개사, '양호' 68개사, '보통' 19개사, '미흡' 7개사였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