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리코박터균은 위장 내에 기생하는 세균으로 위점막층과 점액 사이에 서식한다. 국내 감염율은 약 60% 정도로 추정된다. 우리나라 십이지장궤양 환자의 90~95%, 위궤양 환자의 60~80%에서 헬리코박터균이 발견된다. 헬리코박터균을 제균하면 소화성궤양의 재발률이 현저히 감소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암을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다. 1994년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위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위암 발생의 위험도가 약 3.8배 올라가는 것으로 보고있다.
헬리코박터균의 전파 경로는 명확하지 않지만 입이나 분변을 통해 전파된다고 알려져 있다. 헬리코박터균이 있는 사람의 자녀나 배우자에게서 월등히 높은 감염률이 보이는 것이 이러한 추정을 뒷받침한다. 특히 유아기 때 쉽게 감염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술잔을 돌리거나, 국ㆍ찌개 등을 나눠 먹는 식습관으로 옮길 수 있다. 최정민 교수는 “일반적인 세균은 위 안에 들어오면 위산의 강한 산성으로 인해 생존할 수 없지만, 헬리코박터균은 다른 균과 다르게 요산분해효소를 가지고 있어 요산을 분해해 암모니아로 만들어 자신의 주위를 중성에 가깝게 만들어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위ㆍ십이지장궤양, 위 MALT 림프종, 위암, 위축성 위염, 기능성 소화불량, 원인불명의 철분결핍성 빈혈, 만성 특발 혈소판 감소증 등의 질환이 헬리코박터균과 관련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위염이 생겼다 아물었다 하는 과정이 오래 반복되어 위 점막이 소장이나 대장 점막처럼 바뀌고, 위액 분비샘이 없어지고 색깔이 변하며 작은 돌기가 생기고 오돌토돌해진다. 이러한 장상피화생의 주요 발생 원인도 헬리코박터균이다.
헬리코박터균을 박멸하는 제균 치료는 1차적으로 위산 억제제와 두 종류의 항생제(아목시실린, 클라리스로마이신)를 아침, 저녁 하루 2회 1주에서 2주간 복용하면 된다. 치료를 받은 사람 중에 약 70~80%에서는 제균에 성공한다.
최 교수는 “임의로 약제 복용을 건너뛰거나 중단하면 제균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후 항생제가 듣지 않는 내성균을 만들어버릴 가능성이 있다”며, “위ㆍ십이지장궤양, 조기 위암 내시경절제술 후 헬리코박터균 제균 치료를 시행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이전에 출시되었던 유산균 음료 광고 카피 문구 때문에 유산균 음료만으로 치료가 가능한지 문의하는 경우가 있지만, 유산균 음료 단독으로는 헬리코박터 제균율 10%로 위약과 별다른 차이가 없다. 유산균이 항생제 관련 설사와 같은 부작용을 줄이는 데 일부 도움이 될 수 있지만 제균율을 높이지는 못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