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한국당의 지연 전술?…'안건조정신청' 카드

중앙일보

입력 2019.06.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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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한표 국회 교육위 자유한국당 간사가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이찬열 위원장에게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요구서를 제출하 있다. [뉴스1]

자유한국당이 ‘안건조정신청’ 카드를 꺼내 들었다. 한국당을 뺀 여야 4당이 6월 임시국회를 열고 법안 심사를 진행하자 맞불 작전을 펴는 것이다. 이 제도는 국회법 57조에 따라 정당 간 이견을 조정하는 장치다. 상임위원회의 재적 위원 3분의 1 이상의 요구가 있을 때 이견 조정을 위해 안건조정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다. 조정위 활동 기간이 최대 90일이어서 한국당 입장에선 법안 처리 시간을 버는 셈이다.
 
한국당 김한표 의원은 지난 26일 오후 3시, 국회 교육위원회 회의가 속개되자 이찬열 위원장에게 곧장 안건조정위원회 구성 요구서를 제출했다. 한국당 교육위원(5명)과 우리공화당 홍문종 의원이 함께 요구해 재적(16명) 3분의 1 요건을 충족했다. 김 의원은 “고교 무상교육을 시작하려면 고등학교 3학년 전체나 1ㆍ2ㆍ3학년 전체를 다 하지 왜 3학년 2학기부터 시작하냐. 이 부분을 깊이 있게 논의하자는 것”이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일부러 발목을 잡는 것이 아니냐”고 꼬집었고, 정의당 여영국 의원도 “국회 일정상 이번 임시국회 때 해당 법안을 처리하지 않으면 정부에서 예산안을 제출하기 어렵다. 속뜻이 있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한국당의 안건조정신청으로 고등학교 무상교육 실시 관련 법안은 전체회의에서 논의되지 못했다.
 

인재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이 2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를 개회하고 있다. 이날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불참했다. 2019.6.27/뉴스1

 
이날 열린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도 한국당은 안건조정신청을 제출했다. 한국당 이채익 의원은 “행안위 역사상 사전에 여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표결을 처리한 적이 없다. 법안소위에 이 법안들을 회부해 좀 더 깊이 있는 법안을 통과시켰으면 좋겠다”고 했다. 해당 법안은 전날 한국당이 불참한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통과된 소방공무원 국가직 전환 법안과 과거사법 등이었다.


안건조정신청이 들어오면 해당 상임위에선 6명으로 구성된 조정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이때 각 당의 몫은 민주당 3명, 한국당 2명, 바른미래당 1명이고 활동 종료를 위해선 3분의 2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다. 한국당이 반대한다면 결국 캐스팅보트는 바른미래당이 쥐게 된다.  
 
일각에선 한국당 쪽에서 조정위원 지명을 미루면서 시간을 끌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민주당 소속 행안위 간사인 홍익표 의원은 “위원장이 ‘협의’ 하에 위원을 지정하게 돼 있다. 합의와 협의는 다르다. 고의로 지연하며 지정을 안 한다면 상임위원장이 지정하면 된다”며 “고의로 지연시키는 것을 막는 제도적 장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