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이 판결문에도 같은 지적이 등장하는 등 사법부가 수사기관의 위법한 수사 관행에 대해 칼을 빼든 모양새다.
2급 기밀자료까지 통째로 가져간 기무사
문제가 된 사건은 지난 2013년 3월 국방부 기무사령부가 한 방위사업체 직원 A씨가 특정 사업의 군사 기밀을 수집하고 유출했다는 제보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기무사는 2015년 9월 그의 사무실과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했다.
그런데 당시 기무사는 A씨의 군 기밀 누설 혐의와 관련없는 다른 방산물자 관련 자료들까지 모조리 압수했다. 해당 업체는 군에 방산물자를 조달하면서 2급 기밀을 취급하던 터였다. 당시 법원으로부터 발부받은 압수수색 영장에는 없는 ‘별건 압수’였다. 혐의와 상관있는 자료만 압수할 수 있게 한 형사소송법 원칙에 위반된다.
예전에 별건 압수한 걸 또 별건 압수…위법의 반복
이 과정에서도 기무사는 또 별건 압수를 했다. A씨 말고 다른 직원들의 자료를 영장 없이 가져왔다. 이 때문에 중간에 압수물을 다시 돌려줬다가 영장을 재발부받는 일까지 벌어졌다. 관련 없는 자료가 불어나면서 피의자는 6명으로 늘었고, 수사도 끝없이 확대됐다.
결국 법원은 이같은 수사를 통해 기소된 직원 6명에게 전부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수사 혐의와 무관한 컴퓨터저장장치, 서류철까지 전부 압수하여 가져간 다음 장기 보관하면서 이를 활용하여 별건 수사에 활용하는 경우 해당 증거들은 물론 그 증거들에 기초하여 수집된 2차 증거는 모두 위법수집증거로 증거능력이 없다”고 강조했다.
“사법행정권 남용 재판 하니까 갑자기” 비판도
다만 법원이 이제서야 이런 원칙을 강조하는 배경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재판에서 고위 법관들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심이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ㆍ고영한 전 대법관 등 피고인들은 ”검찰의 법원행정처 문건 압수수색 과정이 위법했다“며 비슷한 주장을 펴고 있다. 한 현직 판사는 “법원이 검찰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고 피고인들의 방어권을 지켜주는 건 분명 환영할 일이지만 시기가 시기인지라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