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江南人流] 멋쟁이 신사들의 독특한 수집품

중앙일보

입력 2019.06.27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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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여름 유럽의 멋쟁이 남자 두 명이 한국을 찾았다. 영국이 자랑하는 패션 디자이너 폴 스미스와 프랑스의 우양산 장인 미셸 오르토다. 방한 목적은 각각 오랜 시간 열정을 다해 차곡차곡 모아놓은 개인 소장품들을 소개하기 위해서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리고 있는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 전과 논현동 플랫폼엘에서 열리고 있는 ‘서머 블룸(Summer Bloom-여름이 피다’ 전이 그 무대다. 패션사에 ‘위트 있는 클래식’이라는 명언을 남긴 폴 스미스에게 디자인 영감을 준 건 어떤 것들일까. 미셸 오르토가 수집해온 18~20세기의 아름답고 독특한 우양산은 어떤 역사적 의미를 갖고 있을까. 더운 여름날, 시원한 미술관에서 디자인 세계를 여행해볼 것을 제안한다.
글=서정민 기자 meantree@joongang.co.kr 사진=서울디자인재단, 플랫폼엘 컨템포러리 아트센터
 
미셸 오르토, ‘Summer Bloom-여름이 피다’ 전 

'썸머 블룸-여름이 피다' 전시 포스터

전 세계 유일무이한 우양산(우산 겸 양산) 장인 미셸 오르토는 지난 30년간 역사적 의미를 담은 독특한 우양산을 수집, 복원하며 이를 재해석해온 무형문화재다. 2011년에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현존하는 문화유산’이라는 인증 마크를, 2013년에는 장인들에게 최고의 영예인 ‘메티에르 아트’를 수여받았다. 

'썸머블룸-여름이 피다' 전시장 풍경

플랫폼엘에서 9월 19일까지 열리는‘Summer Bloom-여름이 피다’ 전은 미셸 오르토가 수집한 우양산 중 18~20세기 제품들을 전시하는 자리다. 현대에는 가장 빠르게 대량 생산되고 버려지는 우양산이지만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남녀 모두에게 지위와 부, 패션 센스를 나타내기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됐던 소중한 액세서리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원단과 섬세한 자수, 특히 손잡이와 우산 꼭지는 귀한 보석과 조각이 장식돼 있어 시대별로 유행했던 공예 디자인과 문화 키워드를 읽을 수 있다. 

빈티지 우양산 손잡이 부분에는 시계·조각·보석 등 화려한 장식이 많다.

전시 기획팀은 권중모 공예작가의 한지 조명과 사진작가 김용호의 제주 사진·영상을 배경으로 조합해 더욱 아름다운 전시장 풍경을 만들어냈다.

프랑스 우양산 장인 미셸 오르토.

 
폴 스미스,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 전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전 포스터와 전시장 모습.

지난 4월 8일 열린 전시 기자간담회에서 폴 스미스는 이번 전시를 “아주 쉽고 친절한 전시”라며 “많은 패션전시들이 보통 회고전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이 전시는 내가 어떻게 디자인 영감을 얻는지, 또 어떻게 작업하는지 모든 것을 직접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전 포스터와 전시장 모습.

15세에 학교를 그만둔 디자인 비전공자지만 1970년 노팅험에 처음으로 3㎡짜리 작은 가게를 열고, 76년 아내 폴린과 함께 자신의 이름을 건 컬렉션을 시작해 현재는 3000명의 직원을 가느린 글로벌 패션 기업으로 성장시킨 폴 스미스. 1990년대 수많은 유럽의 패션 명가들이 거대기업에 흡수됐지만, 그는 독립적인 기업으로서 여전히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조하고 있다.

미니’ 자동차와 협업한 작품으로 폴 스미스의 시그니처인 컬러 스트라이프로 꾸며졌다.

8월 25일까지 DDP에서 진행되는 이번 전시는 기업의 CEO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폴 스미스의 다양한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내용으로 구성됐다. 그가 디자인한 의상을 비롯해 직접 촬영한 사진과 수십 년간 수집한 명화, 팬들이 보내준 선물 등 총 1500점이 선보인다. 전시장을 걷다보면 가장 영국적인 디자이너로 꼽히는 폴 스미스가 건네는 “디자인 영감은 당신의 온 주위에 있다”는 말의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여성복보다 더 컬러풀한 폴 스미스 남성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