밭마다 푸성귀가 그득합니다.
지난봄부터 식탁에 올랐던 것들입니다.
봄부터 여태껏 다 내주고도 싱그럽습니다.
무더워지니 너나없이 꽃 핍니다.
하나같이 좀처럼 보기 힘든 꽃입니다.
꽃 보려 심은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잎, 뿌리, 줄기를 얻기 위해 심은 채소일 뿐입니다.
그런 채소밭이 숫제 꽃밭이 된 겁니다.
이 밭 저 밭에서 하늘거립니다.
염천에도 아랑곳없이 핀 갓 꽃,
더 샛노랗습니다.
꿀 따는 나비 뒤로 등에가 바삐 날아듭니다.
난데없이 휴대폰 카메라도 바빠집니다.
씨 뿌린지 20일 만에 수확할 수 있다 하여 20일 무입니다.
20일이면 수확돼야 했을 게 용케 남아 꽃을 피웠습니다.
모두 두 포기인데,
하나는 하얀 꽃, 또 다른 하나는 자주 꽃입니다.
무꽃에 든 나비는 꿀 따고,
벌은 부지런히 날아듭니다.
샛노란 꽃은 유혹이 아닐 수 없나 봅니다.
나비들이 연이어 날아듭니다.
평상시엔 휴대폰으로 나비 하나 찍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텃밭에선 어렵지 않게,
한껏 찍을 수 있습니다.
나비가 꿀만 따는 게 아닙니다.
어떤 나비는 케일 잎에 붙어서 사랑을 나눕니다.
손톱만 한 꽃이 앙증맞습니다.
요렇게 작은 꽃에도 나비가 찾아 듭니다.
조그마한 데도 꿀이 많은가 봅니다.
줄기차게 나비가 찾습니다.
화려한 꽃이 주렁주렁 폈습니다.
꽃을 찾은 벌들도 수두룩합니다.
하도 많으니 마치 꽃이 윙윙거리는 듯합니다.
당당하게 해 바라기를 합니다.
수국 못지않게 곱습니다.
날아든 벌 하나 오래도록 머뭅니다.
싱그런 잎과 대 사이에서 핀 꽃이 화려합니다.
개미 한 마리가 정신없이 꽃을 누빕니다.
하얀 꽃, 자주 꽃이 폈습니다.
그런데 댕강 떨어진 감자 꽃이 더러 있습니다.
덩이줄기 감자에 갈 양분이 꽃으로 갈까 하여 꺾었다고 합니다.
오래전부터 궁금했습니다.
과연 그런가요?
자세히 보니 감자 꽃과 생김이 거의 같습니다.
알아보니 감자가 가짓과의 여러해살이 풀이라고 합니다.
다만 연보라, 노랑, 연두의 가지 꽃 색감이 더 절묘합니다.
샛노랗습니다.
노란 별이 주렁주렁 달린 것만 같습니다.
꽃이 피면 잎을 못 먹게 됩니다.
그러니 대체로 꽃피기 전에 줄기 채 수확합니다.
그런데도 때가 되면 어떻게든 꽃을 틔워냅니다.
처음엔 꽃잎이 나비처럼 펼쳐지더니,
이윽고 수많은 꽃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줄기에서 홀로 삐죽 나온 대에 노란 꽃이 달립니다.
화려하기보다 수수합니다.
꽃이 시들면서 손톱만 한 수박이 생겨났습니다.
수박과 달리
손가락만 한 오이 끝에 꽃이 생생하게 달렸습니다.
양손 바닥 합친 크기에
화려하기까지 한 꽃에 이끌려,
이름도 모른 채 먼저 사진부터 찍었습니다.
식품, 향신료, 약재 등으로 쓰이는 식물입니다.
여름 하늘에 곧추선 자태가 당당합니다.
상추는 종류가 많기도 합니다.
주말농장에 상추가 없는 밭이 없을 정도입니다.
그 많은 종류의 상추,
봄부터 아낌없이 제 잎 내어주고 또 내어줍니다.
그러고도 이 염천에 대견하게 꽃을 피워 올립니다.
상추뿐만 아니라
텃밭 대부분의 채소가 그렇습니다.
아낌없이 제 잎 내주고도 핀 터라
더 짠하고 대견합니다.
그래서 휴대폰으로
그들의 한때 삶이나마 기록했습니다.
흔히 휴대폰으로 나비를 찍는 게 어렵다고 합니다.
다가가면 날아가 버리기에 십상이니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다가가지 않고 줌을 하여 찍으면 화질이 시원찮습니다.
줌을 하지 않고도 생생하게 나비를 클로즈업할 수 있는 방법은 뭘까요?
쫓아가지 않고 기다리는 게 최선입니다.
가만히 지켜보면 유독 자주 찾는 꽃이 있습니다.
그 꽃 근처에 앉아 가만히 기다려 보십시오.
오래지 않아 그 꽃에 나비가 찾아 듭니다.
또 다른 방법은 셀카봉을 이용하는 겁니다.
셀카봉에 연결하여 휴대폰을 내밀면,
사람이 다가가는 것보다 경계를 늦춥니다.
이러면 한결 수월하게 나비를 클로즈업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