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 “황교안 말 사실이면 부정채용” 민경욱 “난독증인가”

중앙일보

입력 2019.06.22 10:23

수정 2019.06.22 1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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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변선구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아들 언급으로 재차 불거진 ‘특혜 채용’ 논란에 대해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이 “황 대표의 아들이 최종 합격한 네 군데 기업도 부정채용을 했다는 것인가”라며 반박에 나섰다.
 
민 대변인은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황 대표가 ‘스펙보다는 원하는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특성화된 역량을 쌓으라’는 얘기를 하면서 아들의 예를 들었더니 정의당에서 느닷없이 스펙도 없으면서 KT에 입사했다는 말이니까 황 대표 아들이 부정 채용된 거라고 한다”며 “도대체 말이 되는 소리를 하라”고 말했다.
 
그는 “황 대표가 강조했던 특성화된 역량은 갑자기 어디로 사라졌나. 그리고 그 아들이 KT 말고도 최종 합격한 나머지 유수 기업 네 곳도 황 대표의 아들을 부정 채용시킨 것인가”라고 되물으면서 “정의당은 난독증 치료를 받든 지 아니면 일상적인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독해력을 기르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민 대변인이 문제 삼은 건 지난 21일 공개된 정의당 논평 내용이다. 김동균 정의당 부대변인은 논평에서 “황 대표가 제 아들이 스펙도 안 되는데 KT에 합격했다는 사실을 밝혔다”며 “올해 3월 KT 새 노조는 황 대표 아들의 부정채용 의혹을 제기했는데 황 대표의 말이 사실이라면 부정채용 의혹이 사실에 가깝다고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부정채용 의혹과는 별도로 황 대표의 인식 체계는 전반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있다”며 “죽어라 스펙을 쌓아도 취업의 문턱에조차 다가가지 못하고 절망하는 청년들 앞에서 스펙 없이 취업한 사례 얘기는 약 올리기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고 비판했다.
 
황 대표 아들의 특혜채용 의혹을 제기했던 KT새노조 측도 관련 논평을 내 “황 대표가 모 대학에서 한 아들의 취업에 관한 발언으로 KT채용비리 논란에 다시 불이 붙었다”며 “KT는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이던 시절부터 그의 아들이 KT법무실에 있는 사실을 부적절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고 밝혔다.
 
새노조는 “이번 황 대표의 청년들 상식과는 거리가 먼 아들 자랑으로 채용비리 의혹이 다시 회자된 만큼 마케팅 직군으로 입사한 황 대표의 아들이 입사 2년 차에 어떻게 법무팀에 배치될 수 있었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황 대표는 논란이 일자 페이스북에 해명 글을 올렸다. 그는 “스펙 쌓기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의 고정관념을 깨고 조금만 눈을 돌리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는 다양한 방법과 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며 “그런 마음에서 가볍게 아들 사례를 들었지만 설왕설래가 있었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1학년 때 점수가 좋지 않았던 아들은 그 후 학점 3.29, 토익은 925점으로 취업하게 됐다”며 기존 발언을 정정하면서 “저는 보다 다양한 경험과 역량을 갖추려고 노력했던 점을 전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황 대표는 지난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기업에서 필요로 하는 실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며 대기업에 취업한 아들을 일례로 들었다. 
 
그는 아들에 대해 “요즘 말하는 스펙이 하나도 없었다. 학점도 3점이 안 됐고 토익 점수도 800점이었다”며 “졸업 후 15곳 회사에 서류를 내 10곳에서 서류심사에 떨어졌지만 5곳에서 최종합격했다”고 소개했다.
 
황 대표는 “큰 기업들은 스펙보다는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며 “아들은 고등학교 때 영자신문반에서 편집장을 하고, 인터넷으로 장애 학생과 비장애 학생의 친구 맺기를 쭉 해줬다. 그것이 알려지면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부연했다. 황 대표의 아들은 연세대 법대를 졸업해 지난 2012년 KT에 입사했다.
 
김은빈 기자 kim.eunb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