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동의 막후엔 중국의 검열당국이 있었다. 19일 파이낸셜타임스(FT) 온라인판이 관련 소식을 다뤘다. 함께 보자.
더800의 공식 SNS는 상영 취소와 관련 “기술적인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술 요인을 들어 상영 취소 배경을 설명했다는 점에서 검열의 우회적 표현으로 해석된다. FT는 “이 문제 관련 설명을 들은 두 인사에 따르면 국민당에 대한 영웅적 묘사가 베이징 당국의 반대를 불렀다”고 전했다.
더800은 어떤 영화인가.
상하이국제영화제 개봉작 ‘빠바이’ 상영 취소
1937년 국민당군의 영웅적 항일 전투 담아
미중 격돌 상황서 내부 단합 필요성 큰 마당에
국민당군 주인공 다룬 영화 부적합 판단한듯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제와 안보·사회 등 분야에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중이다. TV 프라임타임에는 중공군의 6·25전쟁 참전을 다룬 이념 영화가 편성되는 판이다. 한가하게 국민당군의 대일 투쟁을 다룬 영화를 틀어줄 때가 아니라는 속내가 읽힌다.
중국 영화계가 분통을 터트리는 이유는 이런 일이 한 두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천문학적인 자금이 투입되는 거대 산업인데 정치적 요인의 영향이 불투명한 상태라면 사업 접으라는 얘기나 다름 없다. 다른 사례를 보자.
지난 2월 베를린영화제에 장이머우(張藝謀)의 영화 ‘1초’가 출품됐다가 기술적 문제를 이유로 막판에 상영이 취소됐다. 이 영화는 혼란스러웠던 문화대혁명 시기를 배경으로 했다. 중국 공산당으로선 아킬레스건인 문화대혁명 문제가 국제 영화제에서 다뤄지는 게 못마땅했던 검열당국의 입김이 작용한 것이란 관측이 무성했다.
검열의 그림자는 한 둘이 아니다.
사실 더800은 상하이 국제영화제 개막을 한 주 앞두고 검열 유관단체에서 날선 비판이 나오면서 제대로 개봉할 수 있을 지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다. 전역한 군 간부와 관영매체의 작가들로 이뤄진 중국홍색문화연구회는 “역사의 단편을 갖고 본질을 덮을 수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던 것이다.
국민당군이 상하이 전투에서 분전했던 역사적 사실이 있을지라도 항일 전쟁 후 중국 공산당이 국공내전에서 최종 승리한 역사를 가릴 수 없다는 얘기다. 올해가 신중국 건국 70주년을 기념하는 해라는 점에서 국민당군을 주인공으로 다룬 대형 영화가 이들의 심기를 자극했을 수 있다.
상하이 국제영화제는 24일 막을 내린다. 당초 제작사측에선 다음달 5일 개봉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이로인해 국제영화제에서 상영 불가가 됐다. 이 영화 더800을 시중에선 볼 수 있을까.
중국공산당 선전부가 최종 개봉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중국 영화업자들의 분전을 기대한다. 중국이 만든 첫 아이맥스라니까 궁금하기도 하고 다윗과 골리앗의 대결 같은 이런 스토리는 언제나 흥미진진하지 않았던가.
정용환 기자 narrativ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