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의 만남...'하루키 라이브러리' 세계적 건축가 구마 겐고가 설계한다

중앙일보

입력 2019.06.21 17:02

수정 2019.06.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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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가 지난 해 11월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와세다대에서 소장 자료 기증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일본 국내에서 열린 기자회견으로는 무려 37년만이었다. [사진=지지통신 제공]

일본 와세다(早稲田)대에 지어질 ‘무라카미 하루키 라이브러리’를 일본의 대표 건축가 구마 겐고(隈研吾·65)가 설계한다. 마이니치 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나카 아이지(田中愛治) 와세다대 총장은 20일 기자회견을 열어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70)가 기증할 자료를 보관할 시설의 이름을 ‘국제문학관’으로 정했으며 2021년 4월 개관한다고 발표했다. 도쿄 신주쿠(新宿) 와세다대 캠퍼스 내 4호관을 개조하며, 건물 설계는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의 디자인을 담당한 건축가 구마 겐고가 맡는다. 
 
국제문학관이 될 건물은 총 6층으로, 무라카미 작가가 학창 시절에 드나들던 연극박물관의 동쪽 옆에 있다. 1층에는 무라카미 작가의 서재를 재현한 공간 및 학생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세미나룸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50개 이상의 언어로 출간돼 있는 하루키 작품의 번역서 등 기증 자료는 가능한 한 열람자가 자유롭게 찾아볼 수 있도록 해 일본과 세계문학 연구의 장으로 활용한다.   

구마 겐고 일본 건축가. 김경빈 기자

『노르웨이의 숲』 『해변의 카프카』 『1Q84』 등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지난 해 11월 37년 만에 일본 내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그동안의 작품 활동 과정에서 쌓인 자필 원고와 편지, 장서, 레코드 2만 여 장 등을 1975년 졸업한 모교 와세다대에 기증한다고 발표했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장 자료 와세다에 기증
2021년 4월 '국제문학관'으로 문 열 예정
도쿄올림픽주경기장 설계한 구마 겐고 참여

회견에서 그는 “40년 가깝게 글을 써오다 보니 자료가 쌓여 집이 엉망이 될 것 같아 기증을 결심했다”며 “나에겐 아이가 없기 때문에 내가 없어지면 그 다음엔 (자료들이) 흩어질지 몰라 그것도 곤란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처음엔 ‘하루키 기념관’을 만들자는 안도 있었지만 내가 아직 죽지 않아서…(그렇게는 안됐다)”고 했다.  
 
특히 이번 문학관의 리노베이션 설계를 일본을 대표하는 건축가 구마 겐고가 맡아 문학과 건축계 두 거장의 만남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구마는 기자회견에 보낸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번 작업에 대해 “‘살아있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다는 것이 무라카미씨의 생각”이라며 “리노베이션으로 건물에 새로운 깊이를 담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구마 겐고가 설계한 2020년 도쿄 올림픽 주경기장 예상도. 나무를 소재로 한 경기장이다. [AP=연합뉴스]

2018년 문을 연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 스코틀랜드 분관’. [AP=연합뉴스]

구마 겐고가 돌을 소재로 설계한 제주 롯데리조트 아트빌라스. [사진 구마 겐고 건축도시설계사무소 홈페이지]

1954년 요코하마(横浜)에서 태어나 도쿄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구마 겐고는 나무와 돌 등 자연을 소재를 활용한 건축으로 호평 받는다. ‘산토리미술관’, ‘아사히방송신사옥’, ‘네즈미술관’ 등을 설계했으며, 현재 건설 중인 2020년 도쿄올림픽 주경기장의 디자인 총책임을 맡고 있다. 일본 외 대표작으로는 ‘마르세유 현대미술센터’, ’엑상 프로방스 음악원’, ‘빅토리아&알버트 뮤지엄 스코틀랜드 분관’ 등이 있다. 
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