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 성(姓) 불화…범행동기 드러나나
충북의 한 보육시설 관계자는 20일 “고유정이 지난 1월 초께 친아들(5)과 숨진 의붓아들 A군(5)이 함께 다닐 어린이집을 알아보면서 두 아이가 쌍둥이라는 주장을 했다”고 말했다. 당시 “두 아이의 성(姓)을 같게 표기해 달라”는 요청을 의아해하던 보육시설 측에 형제임을 주장하기 위해 고유정이 둘러댄 말이다. 고유정은 이날 “조만간 개명해서 친아들의 성을 바꿀 것”이라며 “두 아들은 형제”라고 말하기도 했다.
고유정, 어린이집서 “현남편 성씨 써달라”
숨진 전남편은 “강씨집안 첫째 아들” 강조
설날 아들 친가 데려갔다 4달 뒤 이혼통보
고유정, 살해 8일 전 ‘다정 문자’
고유정과 강씨가 이혼한 배경에도 아들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강씨 측은 이날 “2016년 2월 설날에 처가 반대를 무릅쓰고 아들을 친가에 데려간 게 결정적 이혼사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아들을 친가로 데려간 것을 놓고 고유정의 가족과 다툼을 벌이면서 부부 사이가 틀어졌다는 주장이다. 이날 이후 고유정의 아버지는 숨진 강씨를 보면 “네가 나를 아냐?”며 못 본 척 했을 정도다. 당시 강씨는 처가에서 자던 아들을 깨워 친가에 데려갔다가 4개월 뒤 고유정에게 이혼 통보를 받았다.
앞서 고유정과 강씨가 이혼 후에도 아들의 친권 문제로 갈등을 빚은 것은 경찰 조사를 통해서도 이미 드러난 사실이다. 강씨는 면접교섭권 소송을 통해 2년 만에 아들을 만나던 날 고유정에게 살해됐다.
현재 가정 지키려…성씨 집착 가능성
프로파일러들은 전남편과 자녀의 면접교섭권 소송에서 패하면서 현남편과의 결혼생활이 깨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범행동기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선 “고유정의 입장에선 아예 아들의 성을 현남편과 같게 하면 이런 불안감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고 여겼을 수 있다”는 말도 나온다.
김영식 서원대 교수(경찰행정학과)는 “일반적으로 이혼을 하더라도 자녀의 성을 강제로 바꾸려는 욕구가 크지 않은데, 고유정은 직접 그런 요구를 하고 실행에 옮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명을 통해 현재 결혼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차단하려는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제주=최경호·최충일·이병준 기자, 청주=최종권 기자 choi.kyeong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