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3주가 지났나요? 한 3달은 지난 것 같은데… 계절이 바뀐 느낌이에요"
다뉴브강 유람선 침몰 사고 수습 자원봉사자 이창준씨
사고 당일 자정 병원 가장 먼저 도착한 3년차 치과의사
사고 수습 과정 내내 세멜바이스 의대의 한국인 학생들도 지원에 나섰다. 이씨는 "사고가 났던 5월 말~6월 중순이 시험기간이다. 시험을 제대로 못 보면 한 학년을 다시 공부해야 하는데도 자기 일처럼 도와준 학생들이 정말 고마웠다"고 전했다. 이씨도 5개 과목 시험을 봐야 하지만 학교 측의 배려로 7월까지 시험을 미룰 수 있었다고 한다.
사고 가족, 스트레스로 불면증 가장 많아… "한국 의사·약사 친구들 도와줘 든든"
이씨는 이번 봉사 과정에서 한국의 내과‧정신과 전문의, 약사인 친구들의 도움을 받았다. 그는 “친구들이 ‘시차 생각하지 말고 아무 때나 연락하라’고 해줘서 정말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가족들이 오히려 의료진 걱정, '회복' 신호라서 마음 놓여"
이씨는 “사고 초기에 경황없고 슬픔이 너무 커서 저를 인식도 못 했던 분들이 어느 순간 ‘선생님 살이 너무 빠지신 것 아니에요’라고 저를 걱정해줄 때 보람을 느꼈다”며 “한편으론 주변이 보일 만큼 조금은 회복됐다는 신호여서 마음이 놓였다”고 말했다.
지난달 사고가 난 유람선의 한국인 탑승객 33명 중 생존자는 7명, 사망자 23명, 실종자는 3명이다. 대부분 사망자에 대한 화장이 진행된 후 가족들은 귀국했고, 현재 헝가리 현지에는 실종자 3명의 가족을 비롯한 일부만 남았다. 이씨는 “초기부터 오래 보던 분들도 급하게 귀국하느라 마지막 인사를 제대로 못 한 분도 있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이번 트라우마가 지워질 순 없겠지만, 한국으로 가신 생존자와 가족들도 빨리 일상을 회복하시고 건강하게 사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선 오히려 관심이 조금 식은 것 같은데 헝가리에서 이번 사고는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붕괴와 같은 충격이고 오래 남을 것 같다”며 “저도 평소 없던 불면증, 악몽도 가끔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찾지 못한 3명이 있고 가족들의 삶은 너무 힘든 상황이니까 계속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부다페스트=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