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해 10월 중국군 작전부대가 모두 북한에서 철수했다. 그때 만들어진 노래가 있다. ‘고별 조선(告別朝鮮)’이다. ‘안녕 북한’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이 노래는 훗날 ‘북·중 우의의 노래(中朝友誼之歌)’로 제목이 바뀌었다.
가사엔 중국의 앳된 지원군과 나이 든 조선의 ‘오마니’가 눈물로 이별하는 장면이 묘사돼 있다. 이 노래에서 후렴으로 반복돼 불리며 강조되는 가사가 있다. ‘위대한 우의’와 ‘공동의 이상’, 그리고 ‘비할 바 없이 강한 단결’ 등 세 가지다.
그로부터 61년이 지나 집권 후 첫 방북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 노래를 다시 끄집어냈다. 시 주석은 북한 노동신문 사상 처음이라는 1면의 외국 원수 기고를 통해 중국과 북한이 향후 나아가야 할 길이 바로 ‘북·중 우의의 노래’에 있다고 강조했다.
우의와 이상, 단결은 시 주석이 이번 방북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품는 데 사용하는 3대 키워드다. 먼저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북·중의 전통적 우의에 새로운 함의를 불어넣자”고 시 주석은 말했다.
이는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해 6월 3차 방중 때 시 주석에게 “중국 동지들과 한 참모부에서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라고 말한 것의 중국 버전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양국 관계는 앞으로 당시 김 위원장이 언급한 것처럼 “한집안 식구”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
마지막은 ‘비할 수 없이 강한 단결’인데 이게 외부의 적을 겨냥한 것으로 주목된다. 시 주석은 “중국은 정치적으로 한반도 문제를 해결하려는 북한의 올바른 방향을 지지한다”며 “북한의 합리적인 관심을 대화로 해결하는 걸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 논의 과정에서 북한이 요구하는 ‘안전 보장’이나 ‘북한의 비핵화 행보에 맞춰 대북 제재도 동시적으로 해제돼야 한다’는 북한의 입장을 지지한다는 뜻으로 읽힌다. 김정은 위원장에 힘을 실어주는 발언이다.
시 주석이 우의와 이상, 단결이란 3대 키워드 강조를 통해 꾀하는 건 뭔가. 중화권 인터넷 매체 둬웨이(多維)는 시 주석의 이번 방북이 1박 2일의 짧은 일정임에도 불구하고 ‘국빈 방문’이란 점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02년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의 방북이나 2005년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방북은 모두 2박 3일 일정이었으나 ‘국빈 방문’이 아닌 ‘정식우호 방문’에 그쳤다. 무게가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시 주석이 이번에 기간은 짧아도 무게는 더하는 방북을 택한 데는 김 위원장을 상대로 그의 외교 이념을 실천하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주목해야 할 것이라고 둬웨이는 지적했다.
눈여겨볼 게 지난 4월 30일 중국 공산당과 라오스 인민혁명당 간에 체결된 ‘중국-라오스 운명공동체 구축 행동계획’이다. 이는 중국의 첫 번째 ‘운명공동체’ 건설 문건으로 시 주석과 분냥 보라칫 라오스 국가주석이 직접 서명했다.
둬웨이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엔 북·중을 운명공동체로 엮으려는 시 주석의 의지가 담겼다고 분석했다. 시 주석은 2017년 베트남 방문 시에도 중국과 베트남 간의 전략적 의미의 운명공동체 구축을 제안한 바 있다.
시 주석이 집권 후 첫 방북에 나서며 61년 전 노래에 나오는 우의와 이상, 단결을 강조한 배경엔 이처럼 북·중을 국제 정세의 어떤 변화 속에서도 고락을 함께 하는 운명공동체로 엮으려는 심모원려가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