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 플랫폼 기업의 지배력 문제는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로 재현될 가능성이 있다. 구글, 아마존 등은 인공지능 플랫폼 서비스를 앞 다투어 제공하고 있다. 이런 서비스는 장점이 많다. 특히 인공지능 학습을 위해서는 막대한 연산이 소요되는데, 기업마다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서버를 구축하는 것보다, 인공지능 학습에 최적화된 플랫폼을 활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기업마다 별도로 소형 발전기를 설치하는 것보다, 발전소를 생산된 전기를 공급받는 것이 효율적인 것과 비슷하다.
그러면 좋은 기술이 널리 활용될 수 있게 되는 셈인데,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생각해 보면 문제가 간단치만은 않다. 인공지능 기술은 모든 산업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활용될 것이라, 조만간 인공지능 기술이 기업 경영에 필수적인 시대가 도래할 것이다. 마치 전기나 수도가 공급되지 않으면 공장을 운영할 수 없는 것처럼, 인공지능 플랫폼 없이는 기업 경영이 불가능해 질 수도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특정 기업의 서비스에 종속된다면 이는 국가 경제와 안보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문제는 인공지능 서비스 사업자가 서비스 이용 기업에 관해 많은 정보를 취득하게 된다는 점이다. 즉, 인공지능 플랫폼들은 어느 기업이 어떤 인공지능 기술을 얼마나 활용하고 있는지 손쉽게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정보는 기업 경영에 관한 의사 결정이나 투자 판단에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실제로 아마존이 자사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를 통해 취득한 정보를 사업 투자를 위한 의사 결정에 활용하고 있다고 하니, 이러한 우려가 기우만은 아닌 셈이다.
인공지능 기술은 21세기 산업의 전기와 같다고들 한다. 충분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산업 발전의 핵심적 요소였던 것처럼, 모든 기업이 좋은 인공지능 플랫폼을 손쉽게 활용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중요한 과제다. 그러니 인공지능 플랫폼이 특정 해외 거대기업에 종속되지 않도록 미리 대비해야 하지 않을까. 미국의 플랫폼 기업 분할 논란을 보면서 든 단상이다.
김병필 KAIST 기술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