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환점을 맞은 건 1997년, 영국이 홍콩을 중국에 반환하면서다. 자유를 잃게 될 것을 두려워한 이들은 영국·캐나다 등 외국 시민권을 얻어 홍콩을 떠났다. 영어보다 중국어가 더 많이 들리기 시작했고, 거리는 점점 지저분해졌다. 전성기보다 쇠락했지만, 중국으로 가는 관문 역할을 유지하면서 명맥을 이어갔다.
최근 들어 우려스러운 일이 빈번히 일어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의 홍콩 주재 특파원이 지난해 10월 홍콩 정부의 비자 갱신 거부로 쫓겨났다. 홍콩 정부는 이유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외신기자클럽이 반정부 성향 인사를 초대해 오찬 강연회를 연 게 문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언론·표현·정보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침해로 볼 수 있는 사건이다. 홍콩인들이 실종되는 일도 잦아졌다. 급기야 홍콩의 호텔 기업가가 중국에 끌려가 닷새 동안 고문을 당한 뒤 숨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해 10월 중국 톈진법원이 고문에 참여한 9명에 대해 최고 13년 형을 선고한 판결이 공개되면서 내막이 알려졌다. 무슨 연유로 잡혀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홍콩인이 아닌 외국인도 송환 대상이 될 수 있다. 홍콩에 살거나 여행 온 외국인, 공항 환승객도 포함된다. 미국·캐나다·유럽연합(EU)·일본·호주를 비롯해 주요국 외교부가 법안 연기를 요구하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이유도 자국민 보호를 위해서다. 홍콩 정부가 법안을 연기하면서 사태는 일단락됐다. 아쉬운 건 한국 외교부는 사태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국민 보호를 위해서는 물론이고, 인권과 민주주의, 법치주의 존중 같은 인류 공통 가치에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 지난해 홍콩을 방문한 한국인은 128만 명으로, 중국·대만 다음으로 많았다.
박현영 글로벌경제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