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N’ 등 9개 방송 채널을 보유한 CJ ENM이 17일 자정부터 방송 60일 이후 1년간 자사 VOD(주문형 비디오)를 무료로 볼 수 있었던 서비스를 종료하고, 프로그램 다시보기 전면 유료화에 나섰기 때문이다. CJ ENM측은 “콘텐트 제작 업체가 프로그램 다시 보기 전면 유료화를 한 건 국내에서는 CJ ENM이 최초”라고 설명했다.
투자 늘려 콘텐트 경쟁력 키워야
글로벌 기업들과 맞설 수 있어
넷플릭스보다 비싸 자충수 우려
하지만 당장의 손익을 떠나 콘텐트 경쟁력 강화를 위해선 불가피한 선택이란 게 CJ ENM의 입장이다. CJ ENM 관계자는 “넷플릭스, 디즈니 등 글로벌 기업들이 콘텐트 투자를 확대하면서 국내외 경쟁이 심화한 상황”이라며 “이에 우리가 제공하는 콘텐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 이를 재투자해 양질의 콘텐트를 제작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 초 CJ ENM이 CJ 헬로를 매각한 것도 콘텐트 제작을 위한 ‘실탄’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CJ ENM의 연간 방송 제작비는 2015년 2875억원에서 2017년 3801억원 수준으로 늘었다. 업계는 이 제작비가 지난해 4300억원 수준에서 올해 5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플랫폼 사업자에 종속된 구도에서 탈피해 판을 바꿔보겠다는 의도도 깔려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선 IPTV 등 플랫폼 사업자가 종합편성채널(종편)·PP(프로그램제공자) 등의 프로그램을 사서 자사 고객들에게 공급해 왔다”며 “콘텐트가 제값을 못 받다 보니 큰돈을 들이는 투자를 꺼리게 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CJ ENM이 드라마 제작 자회사인 스튜디오 드래곤을 통해 유료화를 해도 될만한 콘텐트 경쟁력을 갖췄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박성호 유안타 증권 연구원은 “CJ ENM를 시작으로 JTBC 등 우수한 콘텐트 제작 능력을 보유한 곳들을 중심으로 수익→콘텐트 재투자→해외 판매 등 수익 개선의 선순환 구조가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당장 소비자 부담이 커지고, IPTV 등 기존 유료방송 시장의 마케팅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는 기존보다 콘텐트 이용 부담이 증가하게 된다”며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플랫폼 사업자 간 VOD 이용 요금 대납 등 마케팅 경쟁이 과열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달 베이직 월정액 9500원에 수많은 콘텐트를 볼 수 있는 넷플릭스와 비교해 경쟁력 있는 요금인지에 대한 지적도 있다.
문형남 숙명여자대학교 정책산업대학원 교수는 “CJ ENM이 유료화에 걸맞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향후 프로그램 제작에서 과다한 PPL(간접광고)을 지양하는 등 콘텐트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