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부터 검찰총장(검사 총각 대장)"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로 윤석열(59·사법연수원 23기)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명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윤 후보자와 서울대 법대 동기인 한 변호사가 남긴 말이다. 이 변호사가 언급한 '검찰총장'은 "검사 총각 중에 대장"이란 뜻이다.
“사람에게 충성 않는다” 발언 유명
한직 떠돌다 최순실 특검 팀장
현 정부 들어 중앙지검장 발탁돼
윤 후보자 “무거운 책임감 느낀다”
'9수' 끝에 사시 합격…'사시 과외 선생' 노릇도
'사시 낭인'이던 시절 윤 후보자는 서울대 도서관과 인근의 독서실 등지에서 후배들의 과외 선생 역할도 해왔다고 한다. 오랜 기간 시험을 공부한 만큼 모르는 게 없을 정도였다. 윤 후보자의 또 다른 대학 동기는 "석열이는 대학 때부터 열을 알면 스무개를 말할 정도로 달변가였다"며 "사법시험을 준비하면서 여러 후배와 토론을 즐겨 신망이 두터웠다"고 전했다. 전·현직 검사 상당수가 윤 후보자로부터 '사시 과외'를 받고 법조계에 입문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3년 '항명' 이후 검사 인생 격변
윤 후보자는 이후 2006년 현대자동차 비자금 사건, 2007년 변양균·신정아 사건을 수사했다. 현대차 비자금 사건에서 검찰의 기소 법리를 구성하면서 지금은 사라진 대검 중수부의 선봉장으로 승승장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오른팔'이던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후원자' 고(故) 강금원 회장을 구속하기도 했다.
2009년 대검 범죄정보2담당관을 시작으로 중수부 2과장, 1과장,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중수부에선 C&그룹 수사, 부산저축은행 수사를 주도했다. 당시 중수부 수사기획관이었던 우병우(50·19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 손발을 맞췄다.
윤 후보자의 검사 인생은 2013년 10월 21일 이후 격변을 맞게 된다. 2013년 당시 국정원 댓글 사건 수사팀장이던 윤 후보자는 직속 상관이던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의 재가 없이 국정원 직원들의 체포영장을 청구해 발부받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공소장 변경 신청서를 법원에 접수했다가 수사팀에서 전격 배제됐다.
"조직은 대단히 사랑하지만 사람엔 충성 안 한다"
국정감사 이후 정직 1개월의 징계를 받고 한직(閑職)인 고검 검사를 떠돌던 윤 후보자는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특별검사팀에 수사팀장으로 전격 합류하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정부 출범 이후 고검 검사이던 윤 후보자를 검사장으로 승진시켰고 곧바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했다. 서울중앙지검장은 2005년 이후 줄곧 고검장이 맡아오던 자리다. 전임보다 다섯 기수 후배를 꽂은 파격 인사였다.
당시 문 대통령은 윤 후보자의 인사 배경에 대해 "지금 현재 대한민국 검찰의 가장 중요한 현안은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와 공소유지라고 생각한다"며 "(윤석열 검사가)그 점을 확실하게 해낼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후 윤 후보자는 국정농단 사건부터 사법행정권 남용 수사까지 주요 적폐사건 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청와대의 신임을 얻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