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 정화 자전거 만든 27세 한국인···NASA는 왜 그를 택했나

중앙일보

입력 2019.06.14 05:00

수정 2019.06.14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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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SA에 입사한 지 올해로 4년차인 NASA 제트추진연구소의 김헌주(27) 연구원. 석박사학위도 없고 전공분야도 다르지만 2015년 NASA 입사에 성공했다. 현재 마스 2020의 화성 샘플 귀환 프로젝트에 참여중이다. [사진 김헌주 연구원]

2020년 7월, 또 한 대의 탐사선이 화성을 향한다. 화성에 생명체가 거주한 적이 있는지, 향후 사람이 화성을 탐사할 때 위험성은 없는지를 ‘척후병’처럼 탐사할 무인 탐사차 ‘마스 2020’이 주인공이다. 발사를 1년여 앞두고 전 세계 우주 과학자들의 이목이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미국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에 집중돼있다.
 
NASA의 이 거대 프로젝트에는 한국인도 참여하고 있다. 27세의 젊은 엔지니어 김헌주 JPL 연구원이 주인공이다. 김 연구원은 대학에서 항공우주학을 전공하지 않았다. 석·박사 학위도 없다. 그러나 마스 2020 프로젝트의 핵심 과제인 ‘화성 샘플 귀환’ 등 굵직한 과제들을 담당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시의 JPL에서 근무 중인 김 연구원을 직접 인터뷰했다. 

김헌주 JPL 엔지니어 단독 인터뷰
전공 무관하지만, 경험 쌓아 입사
“목성 달 유로파서 생명 흔적 찾고
3D 프린터로 우주선도 만들겠다”

JPL에서 동료들과 함께 연구중인 김헌주 연구원(제일 왼쪽). [사진 NASA/JPL]

MARS 2020 프로젝트는 현재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나.
약 80%가 완료된 상태다. 수개월 후면 우주선을 플로리다주의 발사 장소로 보내게 된다. 그곳에서 마지막 조립을 끝내면 발사 준비로 돌입한다.
 
화성 샘플 귀환이 핵심 과제라고 들었다. 어떤 의미가 있나.
화성의 토양·암석 속 유기물을 분석하면 생명의 흔적을 찾을 수 있다. 그런데 이를 분석할 과학 탑재체를 화성에 보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만약 샘플을 지구로 가져오면 보다 정밀하게 검사할 수 있다. 유인 화성 탐사 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물질이 있는지도 분석할 수 있다. 샘플 하나에 수십억 원의 가치가 있다. 총 41개의 샘플을 귀환시키는 게 목표다. 
 
구체적으로 어떤 임무를 맡고 있나.
샘플을 담아올 튜브와 이를 안전하게 봉인할 기계를 만들고 있다. 실린더 모양의 드릴로 땅을 뚫으면 샘플이 실린더 속 튜브로 들어오는 방식이다. 극지방에서 얼음 기둥을 채취하는 것과 비슷하다. 화성 상공을 날며 마스 2020의 탐사활동을 보조하는 ‘마스 헬리콥터 스카우트’를 시험 조종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마스 2020은 김헌주 연구원이 개발중인 튜브를 이용해 샘플을 채취한다. [사진 NASA/JPL]

 
전공이 항공우주 분야가 아니라고 들었다. 어려움은 없나.
UC버클리에서 기계공학과 물리학을 전공했다. 항공우주 관련 지식은 대부분 입사해서 얻었다. 대신 대학 시절 팀을 꾸려 드론과 로봇을 만드는 등 실무적인 일을 많이 해봤다. 페달을 밟으면 그 동력으로 물을 길어 올리고, 정화까지 해주는 자전거를 개발한 게 기억에 남는다. 아프리카 주민을 위해 만든 거였다. NASA에서 이런 경험을 보고 나를 채용했지 않나 싶다.
 
한국의 연구문화와 다른 점은.
박사 출신이 많은 한국에 비해 이곳은 전체 인력의 3분의 1 정도다. 한 분야를 깊게 아는 것보다 여러 프로젝트에서 실제 기계를 제작·조종하는 능력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학사 출신이 오히려 많다. 조직의 상하 구분이 없고 프로젝트별로 지위를 유연하게 부여하는 것도 다르다. 토론이 자유로워 대부분의 결함을 잡아낼 수 있다.

JPL을 방문한 학생들에게 화성 탐사차의 바퀴를 보여주며 설명중인 김헌주 연구원(제일 오른쪽). [사진 김헌주 연구원]

 
향후 포부는.
JPL은 목성의 달인 ‘유로파’ 에도 탐사선을 보낼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유로파 지하에는 바다가 존재할 것으로 예상해,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 이 프로젝트의 담당 엔지니어로 근무하는 게 일차적인 목표다. 또 3D 프린팅 기술을 우주선 제작에 접목해 발사체 제작 비용을 낮추는 데도 관심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스페이스X와 같은 스타트업을 창업하고 싶다.
 
미래 NASA의 과학자를 희망하는 꿈나무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외국인이 엔지니어로서 들어오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분야를 구축해야 한다. 현재도 극초음파 공학 등 특수 분야 전공자들은 스카우트된 외국인들이 많다. 반면 물리학 등 기초과학 분야의 문은 상대적으로 넓다. 이 분야를 노리는 것이 유리하다.
 
한국의 우주 정책은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나.
미국의 경우 스페이스X 등 개인 사업체들이 우주 분야로 들어오면서 새로운 경제성과를 창출하고 있다. 스타트업을 비롯한 민간 기업은 보다 빠르게 기발한 성과를 보여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작은 성과라도 자주 보인다면 향후 우주사업의 필요성을 정부와 국민이 인식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국형 발사체 같은 큰 프로젝트도 중요하지만, 민간 주도의 우주 산업도 활성화 돼야 한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