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담배 시장은 일반 궐련담배(89.3%)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아이코스 등 궐련형 전자담배(10.65%)가 뒤를 잇는다. 지난해 담배에서 걷은 건강증진기금은 2조8924억원이다. 이 기금은 국민건강증진법에 따라 금연 교육ㆍ광고, 흡연피해 예방, 흡연 피해자 지원 등 건강관리 사업에 쓰인다. 만약 쥴 등 액상형 전자담배의 점유율이 10%가 되면 건강증진기금은 2조6982억원으로 급감한다. 액상형 전자담배 점유율이 10%포인트 늘 때마다 기금은 약 2000억원씩 줄어들게 된다.
사용 간편해 판매량 급증하는데
담뱃세는 일반담배의 절반 수준
“흡연 안 줄어도 기금 감소할 판”
김 의원은 “흡연율은 줄어들지 않는데도 건강증진기금 수입은 줄어드는 이상한 상황이 조만간 벌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2017년 5월 처음 출시된 궐련형 전자담배가 1년여 만에 국내 담배 시장의 10%를 차지할 만큼 많이 팔린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전망은 무리가 아니다. 쥴은 미국에서 2015년 출시돼 2년 만에 전자담배 시장 점유율 70%를 넘어섰다. 피우기 간편하고 냄새ㆍ연기가 덜하다는 점을 내세웠다. 10대 청소년과 20대 젊은 층에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국내에서도 출시 직후 판매점 곳곳에서 품절되는 등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이성규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기존 흡연자가 담배를 끊어서 건강증진기금 수입이 줄어든다면 정말 좋은 일이지만, 신종 담배로 갈아타서 그렇게 되는 건 문제가 있다”라며 “세금을 적게 물리는 만큼 제품 가격이 낮아지는데 그러면 저소득ㆍ청소년층을 담배로 유인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은 담배 세금 정책은 가능한 단순화하라고 권고한다. 다양한 가격의 제품이 시중에 깔리면 담뱃값에 대한 부담 때문에 금연하기보다는 다른 담배로 갈아타는 ‘풍선 효과’가 발생할 수 있어서다.
김순례 의원은 “쥴 등은 간편한 사용성을 특징으로 하여 판매량이 급속하게 늘고 있다. 같은 담배 제품에 세금을 달리 매기는 건 형평성 논란이 일 수밖에 없다. 또 이들 제품의 점유율이 올라가 건강증진기금이 줄어들면 정부의 건강증진사업들에 영향을 미치는데도 정부의 대응이 늦다”라고 지적했다.
정영기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장은 “현재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를 중심으로 쥴 등 신종 담배의 판매량 추이를 지켜보면서 세금 형평성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조만간 연구 용역을 발주해 대안을 찾겠다”고 했다.
이에스더 기자 etoil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