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칼럼] 따뜻한 공감에서 시작된 반가운 변화

중앙일보

입력 2019.06.14 00:02

수정 2019.06.14 0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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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

1977년 케냐 정부는 코끼리 사냥을 전면 금지했다. 코끼리 보호를 위한 강력한 조치였다. 짐바브웨 정부의 결정은 달랐다. 지역 주민에게 코끼리를 포함한 야생동물에 대한 배타적 권리를 부여했다. 
 
두 나라 정부의 엇갈린 선택은 어떤 결과를 낳았을까? 케냐는 사냥이 금지된 이후에도 밀렵이 극성했고, 코끼리 숫자가 지속적으로 줄었다. 하지만 짐바브웨는 1989년 4000여 마리였던 코끼리 개체 수가 15년 만에 두 배로 늘었다. 주민들은 코끼리를 통해 부가 수입을 창출하는 ‘덤’도 누렸다. 지역의 코끼리가 자기 소유가 되자 무조건적인 밀렵보다 자율적이고 체계적인 관리를 선택했던 것이다.

지역 주민의 자율적 참여·권리 보장한
짐바브웨 코끼리 보호조치가 성공했듯
주민과 적극 소통·공감하는 정책 통해
지역 문제 해결하고, 삶의 질 개선해야
강원도 ‘산모 안심스테이’가 성공 사례

정부의 일방적인 정책보다 지역 주민의 자율적인 참여가 더 바람직하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는 얘기다. 현대 사회로 오면서 지역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서로의 공감과 이에 기반한 아이디어를 스스로 발전시키고 공유하는 것이 더 중요해지고 있다. 서로를 생각하는 따뜻한 마음과 작지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모인다면 우리가 사는 지역을 ‘더불어 살기 좋은 행복한 마을’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는 물론 관련 기업이나 단체, 정부가 하나의 마음으로 협력해 지역 문제를 찾아내고 해결해야 한다. 좋은 생각을 개발해 유기적으로 보완·발굴해서 지역 문제를 해결할 때 주민의 삶의 질은 더욱 향상될 것이며, 이러한 지역혁신 노력은 끊임없이 진행돼야 한다.  
 
지난해 강원도는 전국 최초로 분만 취약지의 임산부를 위해 임시로 거주지를 마련해주는 ‘응급 산모 안심 스테이’ 사업을 시작했다. 강원도는 지역 특성상 도심에서 떨어진 곳에 사는 주민이 병원에 가려면 30분 이상을 자동차로 이동해야 한다. 이런 불편은 특히 임산부가 있는 가족에게 더욱 힘들게 다가오는데, 산모 안심 스테이는 이를 해소하기 위한 아이디어에서 탄생했다. 첫 번째로 입주해 건강한 아기를 출산한 산모는 “덕분에 심리적으로 안정돼 무사히 출산하게 됐다. 안심 스테이가 널리 확대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몸이 불편한 어르신과 임산부, 장애인 등 관광 약자들이 함께 여행을 즐길 수 있는 ‘무장애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던 강원도 춘천 석사천은 시민들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정부가 지원해 시민정원인 ‘리틀 포레스트’로 재탄생해 요즘은 아름다운 꽃으로 가득하다. 65세 이상 어르신의 비율이 높은 전남 장성군에선 ‘치매 안심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주민들이 실제로 체감하고 느낄 수 있는 작은 아이디어가 모여서 좋은 정책이 된, ‘따뜻한 공감에서 시작해 반가운 변화’로 다가온 것들이다.
 
앞으로도 행정안전부는 지역 사회와 함께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맞춤형 지원 방안을 수립할 방침이다. 지역과 소통·공감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물론 지역의 혁신 사례를 공유하며 확산해 나갈 것이다. 행복한 삶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작은 것부터 변화시키고 새로운 생각으로 혁신한다면 분명 더 나은 미래가 우리 앞에 성큼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윤종인 행정안전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