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신호등이 도입된 건 일제강점기인 1940년이다. 요즘 같은 신호등이 아닌 3색 날개가 번갈아 튀어나오는 기차용 날개식 신호기였다. 제대로 된 3색 신호등은 광복 이후 미군이 우리나라에 들어오면서 소개됐다. 그러다 1980년대 초반 큰 변화가 생긴다. 기존 3색 신호에 좌회전용 화살표(←)를 넣은 4색 신호등이 도입된 것이다. 국내 도로가 외국보다 넓어 비보호 좌회전이 어렵고, 사고 위험이 크기 때문에 별도로 좌회전 신호를 넣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4색 신호등은 교통신호의 통일성을 규정한 비엔나협약(1968년)과 맞지 않는다. 65개국 정부 대표단이 참여해 맺은 이 협약에선 차량 신호등은 적색·황색·녹색의 3색, 보행 신호는 적색과 녹색의 2색으로 하기로 했다. 이 때문에 우리 국민이 해외에서 운전하거나, 반대로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운전할 때 신호 때문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2011년 경찰청이 3색 신호등을 다시 꺼내 든 이유다. 하지만 운전자가 혼란을 겪으면서 사고가 적지 않았다. 거센 비난 속에 3색 신호등은 모두 철거됐다. 혼잡한 시내 한복판을 시범운용 지역으로 택한 데다 홍보도 부족한 게 패착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국제적으로 가장 많이 활용하는 건 3색 신호등이다. 비록 미숙한 정책 탓에 한 번 실패했지만 3색 신호등의 명예회복을 다시 고려해봐야 할 것 같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