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대통령제하에서 대통령의 부인은 일종의 ‘제도’다. 자신이 대단히 중요한 정치적 인물이다. 경우에 따라선 대통령에 이어 두 번째로 센 사람으로 여겨진다. 대통령으로의 상승, 대통령의 결정·정책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방식이 사적이다. ‘어떻다더라’는 전언과 함께 힘의 강도가 관찰될 뿐이다.
공개적 자리에선 하지만 비정치적으로 보여야 한다. 일종의 가장(假裝)이다. 병원 부원장까지 지낸 변호사 미셸 오바마는 평생 처음으로 텃밭이란 걸 가꾸었는데 백악관에서였다. 대중도 대통령의 부인이 무슨 생각을 하느냐보다 무엇을 입었느냐에 더 관심을 보이곤 한다.
유권자가 뽑은 건 대통령이지 그 배우자가 아니란 당위와, 허업(虛業)인 정치에서 결국 믿을 건 가족 특히 배우자란 현실 사이의 간격이다. 둘 사이의 줄타기는 대통령의 부인들에겐 숙명적 기예다. 자칫 선을 넘었다 치면 혹독한 비판을 받게 된다. 걸출한 사회 운동가였던 이 여사도 예외는 아니었다. 때론 부당하다고 느꼈고, 때론 자책했다. 이 여사에 앞선 이들도 다르지 않았고, 뒤따르는 이들도 다르지 않을 거다. 이 여사를 보내며 든 생각이다.
고정애 탐사보도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