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문점에서 김 제1부부장을 만난 뒤 정 실장은 “어제(11일) 장례위원회에서 북측에 부음을 전달했고, 북측에서 오늘 아침 남측의 책임 있는 당국자가 조의문과 조화를 수령해 달라는 주문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제1부부장이) 이희호 여사가 그간의 민족 간 화합과 협력을 위해 애쓰신 뜻을 받들어 남북 간 협력을 계속해 나가길 바란다는 취지의 말씀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정 실장은 북유럽 순방 중인 문재인 대통령을 대신해 감사의 뜻을 김 위원장에게 전해 달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이에 김 제1부부장은 “김 위원장이 이희호 여사에게 각별한 감정을 가지고 남측의 책임 있는 인사에게 직접 전달하는 게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며 “유족이 슬픔을 이겨내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이희호 여사의 뜻을 받들길 바란다고 했다”고 윤도한 청와대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전했다.
고인은 북한이 새로운 남북관계의 이정표로 삼고 있는 2000년 6·15 공동선언 채택 당시 영부인으로 정상회담에 참여했다. 이후에도 두 차례 평양을 방문해 남북관계 개선과 진전을 위해 애썼다. 그 때문에 북한에서 고위급으로 구성된 조문단을 파견할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그러나 북한은 최근 경색된 남북관계를 의식한 듯 조문단 대신 김여정 카드를 꺼냈다. 전직 정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이 남북관계를 완전히 차단한 상태에서 조문단을 파견하기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며 “조문단이 남쪽으로 오는 대신 김 위원장의 분신과 같은 김여정 제1부부장에게 전달토록 한 건 나름 최대한의 예를 갖추겠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남측 당국에 서운함을 표시하면서도 이희호 여사를 가벼이 여기지 않고 있다는 뜻을 담았다는 분석이다.
판문점서 정의용·박지원 만나
“김 위원장, 이 여사에 각별한 감정”
대화 메시지 주고받았을 가능성
정용수 기자, 도라산=공동취재단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