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개봉한 ‘맨 인 블랙: 인터내셔널’은 1997년 처음 나온 SF 코미디 액션 영화의 세계관을 이어받은 시리즈 4편. 이전의 세 편과 비교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윌 스미스도, 토미 리 존스도 없다는 점이다. 세대 차이로 툭탁대면서도 끈끈했던 남남콤비 대신 어벤져스 시리즈의 ‘토르’ 크리스 헴스워스와 ‘발키리’ 테사 톰슨이 정예와 신입, 남녀콤비로 새로운 주인공을 맡았다.
시리즈 4편 ‘인터내셔널’ 새 단장
볼거리 많아졌지만 얘기는 글쎄
전편에 이어 다시 등장한 캐릭터는 에이전트 O(엠마 톰슨) 정도뿐. 시리즈에 처음 합류한 배우 리암 니슨은 에이전트 H를 아끼는 런던 지부 책임자 하이 T를 맡았다.
사실 달라진 건 배우만이 아니다. 제목에 ‘인터내셔널’이 붙은 대로, 미국을 벗어나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나 모로코 마라케시의 시장에서 대규모 액션을 펼친다. 덩달아 미국과 유럽을 단숨에 주파하는 열차 같은 새로운 볼거리를 선보인다. 자동차 부품에서 서랍처럼 뽑아내는 신무기도 있다. 눈이 휘둥그래질 정도는 아니지만 이런 눈요기와 적당한 액션에 외계인까지 등장하니 그럭저럭 볼만한 영화라고도 할 수 있다.
반면 음모이론에 기반한 시리즈 특유의 분위기는 엷어졌다. 외계인의 존재를 감춰야 하는 필연성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전편에서 종종 기괴한 매력을 발산했던 외계인이나 악당의 개성은 약해졌다. 중반 이후에 본격적으로 펼쳐지는, 두 주인공이 진짜 적을 찾는 과정은 전개의 정교함이 다소 부족하다. 7년 전 이 시리즈의 3편이 시간여행이란 장치를 활용해 퍽 치밀한 전개를 보여줬던 걸 떠올리면 아쉬움이 커진다.
이번 영화의 확실한 수확이라면 ‘포니’의 활약. 체스판의 말 정도와 비슷한 몸집의 작은 외계인인데, 엉뚱한 사고 방식과 줄기찬 입담이 웃음을 안겨준다. ‘포니’의 목소리를 연기한 쿠말 난지아니는 주연·각본을 겸한 ‘빅 식’으로 지난해 아카데미 각본상 후보에도 올랐던 배우다. 감독은 1~3편의 배리 소넨필드 대신 ‘분노의 질주: 더 익스트림’의 F 게리 그레이가 맡았다.
이후남 기자 hoonam@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