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신중론이 만만치 않다. 우선 친서 전달 형식이 이전 두 차례와 달랐다는 점에서다. 친서는 외교문서로 분류되기 때문에 기록물로 간주된다. 따라서 외부에 공개되거나 기록에 남기고 싶지 않은 최고지도자의 속내는 최측근이 직접 구두로 부연해 전달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이런 특사를 통한 전달 방식은 아니었던 만큼 대외 공개까지 염두에 둔 김 위원장의 통보성 친서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진희관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는 “김 위원장은 4월 12일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올해 말까지 미국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겠다고 했다”며 “올해 연말까지 뭔가 결판을 보려면 지금부터 움직여야 하는데 미국의 태도 변화를 주문한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지난달부터 외무성 미국국장이나 대변인을 통해 미국의 태도 변화를 요구한 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안보보좌관을 비판해 왔는데 먹히지 않자 친서를 통해 우회적이고, 은유적인 표현으로 다시 강조했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아무런 상황 변화가 없다는 점도 신중론의 배경이다. 비핵화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미국이나, 협상의 판을 깼다는 북한의 주장이 팽팽한 가운데 양측은 여전히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오히려 김 위원장은 “더이상 제재해제에 매달리지 않겠다”(4월 12일)고 선언했다. 볼턴 보좌관은 “(3차 회담 개최 여부는) 북한에 달려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따라서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 회담 1주년 합의 내용(새로운 관계 수립, 안전보장 등)과 신년사에서 언급했던 “새로운 길을 갈 수 있다”는 점을 상기시키면서 변화를 압박했을 가능성도 있다. 물론, 트럼프 대통령이 “아름다운 내용”이라고 한 점을 고려하면 ‘미국의 변화가 있다면 북한이 비핵화에 나서겠다’라거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겠다’는 조건부성 ‘선물’도 담겼을 수도 있다.
정용수ㆍ백민정 기자 nkys@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