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한국 국정원과도 접촉…베이징에 제2의 가족있어"

중앙일보

입력 2019.06.12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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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전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AP]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미국 중앙정보국(CIA)뿐 아니라 한국 국가정보원과도 접촉해왔다고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SJ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김정남이 자신의 가족을 보호하고 돈을 벌기 위해서 CIA뿐 아니라 한국, 일본, 중국 정보기관들과 관계를 유지해왔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에 따르면 김정남은 자신이 정보원인 것을 숨기기 위한 노력도 했다. 예를 들면, 김정남은 여러 정보를 건네면서 이 중 하나는 거짓이라고 말해 또 다른 정보원을 찾도록 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WSJ, 이틀연속 김정남 정보기관 접촉설 보도
"2011년 김정은이 이미 김정남 살해 시도"

또 이 매체는 김정남의 생전 측근들의 말을 인용해 "김정남은 정보를 제공하는 대가로 '중요한 혜택'인 돈을 제공받았다"며 "김정남은 중국 베이징에 제 2의 가족과 연인이 있었고, 여행과 도박, 고급 와인 등을 즐겼다"고 전했다. 
 
다만 WSJ는 "일부 사람들은 김정남이 북한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선 잘 모를 것이라고 여긴다"고 전했다. 김정남의 고모부 장성택이 지난 2013년 처형되면서 북한 고위층과 연결고리가 끊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WSJ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1년 김정남을 살해하려 했었다고도 전했다. 천영우 전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전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 매체와 인터뷰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2011년 말 이복형 김정남을 살해하려 했었다”며 “암살시도 뒤 김정남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살려달라고 호소했고, 중국 당국 역시 자국 본토 내에서 김정남을 공격하지 말라고 북측에 경고했다”고 말했다. 또 그는 "김정남은 북한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인물(outcast)이었고, 살해 위협을 받은 뒤 후에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자금을 요청하는 편지를 보냈었다”며 “김정남이 돈을 벌려고 한 건 그의 삶을 즐기기 위해서였다”고 덧붙였다. 천 전 수석은 2006~2008년 당시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기도 했다.  


권영해 전 안기부장도 WSJ과 인터뷰에서 "장성택은 생전 김정남이 석탄이나 컴퓨터 등을 중국에서 북한으로 수출하는 데 도움을 줬었다"면서도 "김정남의 사업은 북한의 돈벌이와는 관계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또 권 전 안기부장은 “김정남은 아버지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에게 자금지원을 받았지만  2011년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 역시 끊어졌다"고 말했다. 
 
김정남이 CIA 등 각국 정보기관과 접촉해왔다는 주장은 워싱턴포스트(WP)의 중국 베이징 지국장인 애나 파이필드의 저서 '마지막 계승자(The Great Successor)'와 WSJ의 10일 보도에서 제기됐다. 이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관련 보도를 봤고, 내가 집권하는 한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는 "김정남이 말레이시아에서 살해된 건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한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을 때였다"며 "그 당시 김정남이 CIA와 접촉하고 있었는지는 불확실하다"고 전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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