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바 수사에 뒤로 밀린 형사부
통상 압수 수색을 진행할 때는 포렌식 수사관이 따라가게 돼 있다. 컴퓨터나 휴대전화에 있는 자료를 확보할 때 포렌식 기술이 꼭 필요해서다.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후 휴대전화 포렌식 결과가 사건의 핵심 증거로 쓰이는 일이 많다 보니 민생 사건에서도 포렌식은 필수 절차가 됐다.
지난해 12월은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 송경호)가 삼바 본사 등을 압수 수색을 한 때다. 수사팀은 지난해 12월에만 삼바, 삼성바이오에피스(에피스), 삼성물산 사무실 등에 압수 수색을 위해 수사관을 보냈다. 지난 3월에는 삼성SDS, 삼성전자, 한국거래소 등을 압수 수색을 했고 5월에도 삼바에 대한 추가 압수 수색이 이뤄졌다.
포렌식 수사관 85명, 월 압수 수색 500건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포렌식을 전문으로 하는 수사지원 인력은 전국 검찰청에 85명뿐이다. 이마저도 대검찰청에 18명, 서울중앙지검에 10명, 서울고검에 7명으로 수도권에 몰려있다. 안산‧평택‧여주지청까지 관할하는 수원지검엔 포렌식 인력이 6명밖에 되지 않는다.
지난해 검찰은 법원을 통해 압수 수색 영장 5660건을 발부받았다. 85명의 포렌식 지원 인력으로 월평균 547건의 압수 수색을 한 것이다. 지난 1월부터 3월까지는 월평균 488건의 압수 수색을 집행했다. 압수 수색 범위와 디지털 자료의 규모에 따라 다르지만 압수수색에는 포렌식 수사관 여럿이 참여하는 일이 많다.
형사부 검사들 "대형수사 있으면 포렌식 포기"
검찰에 따르면 사건의 중요도에 따라 포렌식 장비와 인력을 배정받는 순서가 결정된다. 형사부 검사들 사이에서 “특수수사 때문에 사건 처리가 오래 걸린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중앙지검 특수부 등 인지수사를 하는 부서는 형사부보다 먼저 포렌식 인력과 장비를 배정받는다고 한다.
수도권 검찰청에서 근무하는 한 형사부 검사는 “삼바처럼 대형수사를 하게 되면 우리 같은 형사부는 당분간 포렌식을 못 한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또 재경 지검의 한 형사부 부장검사는 “우리 부서는 대검이나 서울고검에 포렌식 관련 인력을 요청해 임시로 파견받는데 형사부 사건은 순서가 밀리기 일쑤다”며 “아주 빨라야 한 달이고 통상 두 달 이상은 지나야 포렌식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일반 국민의 고소‧고발 사건을 처리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