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보(103~124)=그런데 실리를 좋아하는 커제 9단이 안국현의 의도를 곱게 받아줄 리가 없다. 106으로 흑의 의도를 확실하게 거부했다. 상대의 입맛대로 두지 않겠다는 강경한 표현이다.
바둑을 둘 때는 상대가 원하는 대로 친절하게 응수하다가는 절대로 이길 수 없다. 최대한 상대방의 의도를 거스르고, 나만의 방식으로 판을 짜나가야 한다. 결국 나의 방식을 관철한 자가 승자가 되는 게임이다.
106에서도 흑은 알기 쉽게 상대의 의도를 받아 주어서는 안 된다.
‘참고도’ 흑1로 얌전히 늘어두면 백2로 뚫고 나가서 백4로 끊을 때 A와 B가 맞보기라 꼼짝없이 걸린다.
팽팽한 기세의 충돌로 반상의 긴장감이 점점 높아진다. 좌변에서 현재 만들어지고 있는 그림에 따라 이 판의 최후 승자가 결정될 듯한 조짐이다. 바둑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
정아람 기자 a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