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중앙일보가 방문한 충북 청주시 SK바이오랜드 오송공장. 공장에 들어서자 한약방에 온 듯한 향기가 가득했다. 매캐한 연기나 코끝을 자극하는 알코올 냄새는 없었다. 공장 관계자는 “천연물 추출이란 쉽게 말하면 각종 약초 같은 천연 소재들을 달이고 추출하는 작업의 반복”이라고 했다. 공장 2층에 들어서자 사람 몸집보다 큰 축출기에선 감초 추출물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몇 달간 간 감초 1t을 계속 다려 1㎏짜리 천연물을 만든다고 했다. 1㎏당 1000만원이 넘는 고가품이다. 글로벌 화장품 업체에 수출된다.
SK바이오랜드 오송공장 가보니
연구실 서랍엔 약초 1000여 종
인삼·당귀 등서 천연 소재 추출
화장품용 이어 의료용 개발 늘려
치과용 멤브레인에 그치지 않고 사람 뼈와 성분이 비슷한 돼지 뼈를 분쇄해 만든 치과용 골 이식재도 2017년 개발했다. 여기서 쌓은 경험을 토대로 이듬해엔 척추 등에 쓰이는 정형외과용 합성골 이식재와 골절 환자를 위한 뼈 시멘트까지 내놓았다.
피부과 영역에도 진출했다. 의료용 콜라겐과 히알루론산을 원료로 하는 창상피복재(제품명: CollaHeal Plus)가 대표 주자다. 창상피복재는 2도 이상의 화상이나 욕창 등으로 손상된 피부조직 재생을 돕는다. 재생이 힘들 정도로 심한 손상을 입은 이들을 위한 인공진피 제품(INSUREGRAF)도 출시했다. 국내에서 인공진피 제품을 생산하는 곳은 SK바이오랜드가 유일하다. 시장 진입 초기이지만, 이 회사의 창상피복재 관련 제품들은 10%대 시장 점유율을 누린다.
다음 목표는 줄기세포 치료제다. 부족한 기술은 줄기세포 치료제 전문 기업들과 손을 잡아 메웠다. 발목 관절염과 아토피 피부염 관련 치료제를 내놓는다는 목표다. 비교 우위를 가진 정형외과와 피부과 분야가 그 출발점이다.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는 현재 국내에서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근식(57) SK바이오랜드 대표는 “쉽게 말해 천연물에서 뭐든 짜내고, 이를 활용하는 건 우리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기존 천연물 시장에서 다진 영업력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체조직재생’ 기업이라는 목표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청주·천안=이수기 기자 retali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