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오전 7시 12분, 다뉴브 강물 위로 흰색 오각형이 떠오르자 주변에선 카메라 셔터 소리가 쏟아졌다. 지난달 29일 사고로 침몰한 유람선 허블레아니가 13일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흰색 오각형은 허블레아니의 꼭대기에 위치한 조타실의 지붕이다.
13일만에 인양… 33분만에 'HABLEANY' 드러나
헝가리 당국은 당초 오전 7시 30분부터 인양을 시작하려고 했으나, 준비가 일찍 진행돼 오전 6시 47분부터 허블레아니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올리다 멈추다를 반복하며 느슨하던 인양 연결선이 점차 팽팽해졌다.
마침내 물 위로 올라온 허블레아니는 강바닥에 있던 그대로 좌현으로 약간 기울어진 상태였다. 클라크 아담은 조용히 허블레아니를 위로 끌어올렸고, 인양 시작 33분만에 ‘HABLEANY' 글자가 보이기 시작했다. 물 위로 올라온 선수 쪽 갑판에는 구명조끼가 떠다녔고, 갑판 난간과 선체에는 물풀이 잔뜩 끼어 있었다.
1시간 30분만에 4구 수습… 1구는 6세 여아 추정
허블레아니가 조금 더 올라온 뒤인 오전 8시, 한국 구조대 4명이 곧장 배에 올라 지체없이 조타실 뒤 갑판으로 향했다. 3분 간격으로 시신 2구가 수습됐다. 당국은 “이중 1구는 실종됐던 6세 여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10분 뒤 구조대는 갑판에서 선실로 내려가는 계단에서 1구를 추가로 발견했다. 시신을 수습해 병원으로 이송할 때마다, 현장에 있던 대원들은 눈으로 희생자를 마지막까지 배웅했다.
인양 6시간 43분만에 완료, 4구 못 찾고 끝나
그러나 초기 4명 수습 이후 추가 수습자는 없었다. 오전 11시 8분 잠수복과 보호장구를 착용한 구조대 3명이 착용해 선실 수색을 시작했지만, 아무도 찾지 못했다. 아직 배수작업이 끝나지 않아 물이 남은 선내에서 헤드랜턴과 손을 이용해 허리 숙여 물 밑을 저었지만, 옷과 철사 등을 건져 올릴 뿐이었다. 배 밖에서 잠수복과 방역복을 입은 동료 십수 명이 애타게 배 안을 지켜봤지만 들려오는 소식은 없었다.
선실 수색을 마친 뒤, 당국은 허블레아니를 완전히 들어 올려 바지선 위로 올렸다. 오후 1시 30분, 인양 시작 6시간 43분만에 허블레아니는 완전히 인양됐다. 헝가리 당국은 허블레아니 호를 다뉴브강 하류에 있는 체펠 (Csepel) 섬으로 이동해 정밀 감식을 할 예정이다.
타는 듯한 더위에도 엄숙했던 인양현장… 가족들은 영상으로 참관
이날 현장을 참관할 예정이었던 가족들은 현장에 오지 못했다. 이들은 노출 우려 때문에 헝가리 측 본부에서 영상을 통해 인양 과정을 지켜봤다. 이날 발견된 3구의 시신 신원 확인이 끝난 뒤 가족들은 심리치료사와 함께 병원으로 이동해 잃었던 가족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헝가리 유람선 사고 13일 만에 허블레아니호 인양이 끝나고 현재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실종자는 4명이다. 헝가리 경찰 당국은 "남은 실종자 4명을 수상 수색을 통해 끝까지 찾겠다"고 밝혔다. 현지시간 11일 오후 3시 기준 총 33명의 한국인 탑승객 중 생존자는 7명, 사망 22명, 실종 4명이다.
부다페스트=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