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감정인지 모르겠고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지난해 3월, 자신의 아버지와 누나를 살해한 대학생 김모(24)씨가 수사기관에서 한 진술이다. 그는 가족에 대해 상상하기 어려운 적개심을 보였다. 홀로 남은 어머니마저도 자신이 나중에 죽일까봐 걱정된다는 말도 했다.
"허락없이 침대 놨다"며 잔혹 범행
그 과정에서 김씨는 잔혹함을 보였다. 살해 직후 그는 112에 “아버지와 누나를 죽였다”고 자진 신고했는데, 그때까지만 해도 누나는 숨을 쉬고 있었다. 하지만 심폐소생술과 지혈을 하라는 경찰에 요구에도 그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고, 결국 누나는 병원으로 이송돼 숨을 거뒀다.
결국 그는 세 번의 재판에서 모두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1심 법원은 ”김씨의 범행은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가치관을 훼손하고 사회공동체의 결속을 현저히 저해하는 중대한 반사회적인 범죄”라며 “피고인을 사회로부터 무기한 격리하여 수감생활을 통하여 자신의 잘못을 진정으로 참회하고 피해자들에게 속죄하여, 죄성(罪性)에서 회복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11일 대법원 제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가 김씨의 무기징역을 확정하며 김씨는 영영 사회로부터 격리됐다.
가족과 갈등, '은둔형 외톨이' 되며 심해져
판결문에 따르면 김씨는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몇 번 폭행을 당한 이후 아버지를 극도로 싫어했다고 한다. 다만 이후의 성장환경은 비교적 평범했다. 학창시절 내성적인 성격이긴 했지만 성적도 평균 이상이었다. 그러던 김씨는 비교적 이른 나이에 사회에서 첫 번째 좌절을 맞았다. 공업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한 기계설비 회사에 들어갔지만 적응하지 못해 금방 퇴직했다.
김씨는 전문대 기계공학과에 입학해 제대로 공부를 배워보려 했다. 하지만 잘 맞지 않았던지 자퇴를 했다.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그는 삶의 방향을 잃었다. 9개월 간 방에만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가 됐다. 김씨와 상담한 심리전문가는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목표가 불확실해 보인다“며 우려를 보였다.
가족에 대한 피해의식도 커졌다. 방 안에만 있는 그를 아버지나 누나가 혼내는 일이 잦아지면서 적개심이 생겼다. 사건 두 달 전, 김씨는 누나와 말다툼을 벌이던 중 칼로 찌르려하는 등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이 일로 지자체 상담사에게 우울증 상담을 받기도 했다. 김씨를 기소한 검찰은 ”김씨가 극심한 수준의 우울감, 무능력감, 부친에 대한 적개심과 피해사고가 높다“는 심리평가 결과를 법정에 제출했다.
어머니가 끝까지 아들 선처 호소했지만
다만 아들 손에 의해 가족을 잃은 어머니는 끝까지 김씨를 감쌌다고 한다. 재판부에 김씨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김씨의 변호인은 ”김씨가 구치소에서도 가족 이야기만 나오면 입을 꾹 닫아버리는 등 마음의 상처가 큰 것 같다“며 ”홀로 남은 어머니를 생각해서라도 그에 대한 교화가 잘 이루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