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소셜미디어(SNS)에 인터뷰 콘텐트를 유통하는 ‘휴먼스 오브 서울(Humans of Seoul)’의 박기훈(36) 대표는 길거리 시민을 '무작정 인터뷰'하는 고충을 이렇게 말했다. 박 대표는 2013년 11월부터 6년 동안 평범한 서울 사람들 1514명을 인터뷰했다. 1.44일당 한 명, 사흘에 두 명꼴이다. 하지만 박 대표는 “여전히 섭외가 어렵다”며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박기훈 ‘휴먼스 오브 서울’ 프로젝트 공동대표
6년간 1514명의 평범한 서울시민 인터뷰
“누구나 소중하게 품은 특별한 이야기 있어”
길거리 섭외 고집 “날 것에 대한 갈증 때문”
“1000만 서울 사람 모두 인터뷰하는 게 목표”
두 사람은 처음에 대부분 인터뷰를 거절당했다. 보통 ‘바쁘다’, ‘약속에 늦었다’며 사양했다. 아예 무시당하거나 ‘왜 쓸데없는 걸 물어보느냐’며 역정을 내는 사람도 있었다.
박 대표와 정 편집장이 시작한 휴먼스 오브 서울은 이제 기획(2명)·인터뷰어(8명)·포토그래퍼(4명)·번역(11명) 등 식구가 27명으로 늘었다. 박 대표는 지난달 서울기록원 개원식에서 인터뷰 프로젝트를 소개하기도 했다.
“노란 원피스를 입은 할아버지가 기억에 남아요. 자녀들이 어렸을 적, 아내가 집을 나갔는데 아이들이 마음 아파하는 걸 보고서 엄마 역할을 대신 해주고 싶어서 여자 옷을 입기 시작했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독특한 모습이 이해됐어요.” 박대표는 “속에 담긴 이야기를 들어야만 그 사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밖에도 정씨는 “젊은 시절 서울예대에 합격한 뒤 꿈을 접고 법무사로 살아오다 63세가 돼서야 늦깎이 대학 모델학과 신입생이 된 유제향(64)씨도 기억에 많이 남는다”고 전했다. 유씨는 하루에 스쿼드를 100개 넘게 하는 등 모델 준비에 한창이다. 가족들은 건강 생각하라지만 유씨의 의지를 꺾지 못한다고 한다. 정씨는 “인터뷰 내내 한창 젊은 내가 힘을 받을 정도로 삶에 대한 에너지가 넘쳤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길거리에서 한다. 짧으면 5분, 길면 40~50분이 걸린다. 인터뷰 때 이름·나이·직업·연락처 등을 되도록 먼저 묻지 않는다. 이야기에만 집중한다. 사진과 번역 작업 등을 거쳐 콘텐트가 완성되기까지 3주 걸린다. 인력이 늘어서 최근에는 하루에 1~3개의 인터뷰 기사를 올릴 수 있다.
앞으로 계획이 뭐냐는 질문에 박 대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며 이렇게 답했다. “예전에 동료들끼리 ‘서울 사람들을 모두 만나보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언젠가 그렇게 되겠지요.”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