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은 근무지를 자주 옮긴다. 이순진 전 합참의장의 경우 42년 군 복무 중 45번 이사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그 얘길 듣고 깜짝 놀랄 정도다. 잦은 이사 때문에 군인의 자녀가 친구를 사귀기가 쉽지 않다. 새 학기가 되면 삼각지 주변에서 한숨 소리가 크다. 새 학교에 적응하기 힘들어 해 하는 자녀 걱정이 원인이다.
한 장성의 사연이다. 그의 부인은 서울서 나고 자랐다. 신혼 때 군인인 남편을 따라 태어나서 처음 벽지에서 살게 됐다. 가도 가도 민가를 찾을 수 없는 산길이 나오자, 이삿짐을 싣고 가는 트럭 안에서 부인이 말없이 펑펑 울었다. 그랬던 부인이 요즘 남편에게 “서울은 너무 복잡하다”고 말한다. 그 장성은 “큰 빚을 졌다”며 부인에게 고마워한다.
지금이야 좋아졌지만,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녹물이 나오고 쥐가 다니는 군인 관사가 많았다. 열악한 환경이지만 군인의 가족은 군인인 아버지·어머니·남편·부인에게 불평하지 않는다. 군인이 박봉에 툭하면 야근이면서도 쉬는 날이 적지만 말이다. 다만 군인의 가족은 군인이 무사히 국가를 지키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달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이때만 되면 군인에게 감사하는 사람들이 제법 많아진다. 군인의 뒤엔 늘 그를 걱정하고 보살피는 군인의 가족이 있다. 그들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을 보낸다.
이철재 국제외교안보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