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분 분량의 영상에서 강씨는 들국화의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불렀다. 강씨는 “성은 강, 이름은 OO, 강씨 집안의 첫째 아들”이라며 들떠 있었다. 이어 강씨는 “후회 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행복의 꿈을 꾸겠다 말해요. ○○(아들 이름)을 꼭 보겠다 말해요”라며 노래를 개사해 불렀다.
이후 고씨는 27일 커다란 가방 2개를 들고 펜션을 빠져나왔으며, 경찰은 고씨가 이튿날인 지난달 28일 오후 제주항에서 출항하는 완도행 여객선을 타고 제주를 빠져나가면서 피해자 시신을 일부 유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완도항에 내린 뒤 지난달 29일 경기도 김포에 있는 가족 소유의 아파트에 도착해 이곳에서도 시신을 유기하고, 같은 달 31일 충북 청주 주거지로 이동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또한 경찰은 지난달 29일 범행장소인 펜션의 주인으로부터 “내부에 화분이 하나 깨져있었고, 방충망도 일부 훼손돼있었다”는 진술을 받았다. 다만 펜션 내부는 피의자가 깨끗이 정리해서 잔혹한 사건이 벌어졌던 곳이라고 상상하지 못할 정도였고, 혈흔이 남아있긴 했지만 미세해서 전문 감식요원들이 찾아낼 수 있는 정도였다고 경찰은 전했다. 사건이 벌어진 펜션은 입실과 퇴실 시 주인을 마주치지 않는 무인 펜션으로 운영되고 있다.
9일 제주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고씨는 경찰 조사에서 우발적 범행이라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경찰은 “여러 증거와 정황을 바탕으로 계획적으로 범행한 것으로 보인다”며 고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낮다고 보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일 인천의 한 재활용품업체에서 피해자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뼛조각 일부를 수습했으며, 범행 장소인 펜션에서는 강씨의 것으로 추정되는 머리카락 58수를 찾아 검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은 앞으로 남은 피해자 시신을 수습하고, 고씨의 정확한 범행동기를 밝히는 데 주력하겠다고 밝혔다.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