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상황이 더 안 좋다.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34%(최근 발표한 한국은행 조정치는 -0.4%)로 지금까지 성장률이 집계된 32개국 가운데 꼴찌다. 국내외 기관은 경쟁적으로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겉으로 드러난 성장률 수치의 절댓값보다는 한국의 잠재 성장률이 추세적으로, 그것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는 게 문제인데, 이것이 OECD 순위로 드러난다”며 “그나마 한국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마저 꺾인 상황이라 성장률의 추가 하락을 막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분기별로 따지면 성장률에 이어 실업률 마저 한·미 역전 현상이 나타났다. 올해 1분기 실업률은 한국이 3.97%, 미국이 3.87%로 한국이 더 높다. 선진국은 경제활동 참가율이 높아 상대적으로 실업률이 높은 경향이 있다는 점에서 양국의 실업률 역전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최근 뚜렷한 미국의 고용 상황 개선세와 우리나라 고용 부진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이 같은 한·미 역전 현상은 지난해 3분기부터 3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의 실업률이 미국을 웃돈 것은 외환위기 여파가 남아있던 2001년 1분기 이후 17년여 만이다.
한·미 실업률 17년만에 역전
국제간 거래에서 한국이 얼마나 장사를 잘했나를 알 수 있는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은 순위가 2013년 6위에서 지난해 9위로 소폭 하락했다. 이 기간 GDP 대비 경상수지 비율이 5.9%에서 4.7%로 낮아진 영향이다. 그래도 주요국 대비 높은 수준으로 평가된다.
걱정은 역시 올해다. 지난 4월 경상수지는 6억6480만 달러 적자. 유럽 재정 위기가 한창이던 2012년 4월 이후 84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를기록하는 등 흐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출이 6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가는 등 수출이 부진한 영향이 크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진행되고 있고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 외부 악재가 산적해 있다.
순위 변동이 가장 들쭉날쭉 한 지표는 물가다. 2013년 21위로 상대적으로 낮은 물가 수준을 보이다가, 2015년 10위로 오르더니, 2018년에는 27위로 저물가 국가 대열에 들어섰다. 올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째 0%대에 머무르고 있다. 경제가 활기를 띠면서 물가가 안정세를 보인다면 바람직하지만, 지금의 저물가 기조는 민간 소비와 기업 투자 등 내수 부문 총수요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기 침체와 맞물린 지속적인 물가 하락을 뜻하는 ‘디플레이션’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김윤성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국제통화기금(IMF) 정의로는 소비자물가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해야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며 “복지 정책이나 석유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이 영향을 제외하면 디플레이션 우려는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정부가 나라 살림을 얼마나 잘 꾸려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GDP 대비 재정수지 비율’은 계속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마이너스를 기록(재정수지 적자)한 국가가 수두룩한 상황에서 한국은 지난해 2.5%를 기록했다. 36개국 전체에 대한 집계는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노르웨이에 이어 2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OECD는 지난달 펴낸 한국에 대한 ‘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이 비율이 올해는 1.1%, 내년은 0.6%로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OECD는 3월까지는 각각 2.1%ㆍ1.6%로 내다봤었는데 하향 조정한 것이다.
세종=손해용 기자 sohn.yong@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