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 장관의 전쟁 불사 발언이다. 지난 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18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다. 미국 국방부가 대만을 ‘국가’로 표기하며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버린 『인도-태평양 전략 보고서』를 발표한 다음 날 군 수뇌부가 “전쟁도 두렵지 않다”며 분노를 드러냈다.
그 이후 중국은 7일까지 미국이 대만을 ‘국가’로 표기한 데 대한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공식 반응만 없었을 뿐 미국을 향해선 사실상의 반격 조치로 나서고 있다. 첫 단계가 군사 카드였다. 2일 새벽 산둥, 허베이성 등 화북 지역에서 목격된 미확인 비행 물체에 대해 중국 해군이 공식 웨이보(微博ㆍ중국판 트위터)를 통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 사진을 공개했다. 1만2000㎞의 다탄두 핵미사일 쥐랑(巨浪)-3을 시험 발사했다고 대만의 친중 매체가 보도했다. 미국의 ‘대만=국가’ 표기에 SLBM으로 대응한 셈이다.
베이징 소식통은 “지난 3일과 4일 중국 교육부ㆍ외교부ㆍ문화관광부 3개 부처가 이례적으로 미국을 상대로 유학ㆍ여행 주의보를 연쇄 발령한 것은 미국이 무역전쟁을 넘어 대만 카드로 공격한 데 대한 반격의 의미도 있다”고 분석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6일엔 “미국은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문제가 지닌 고도의 민감성과 엄중한 위험성을 충분히 인식할 것을 촉구한다”고 경고했다. 미국이 대만에 M1A2 에이브람스 탱크 108대 등 20억 달러의 무기를 판매할 계획에 대한 논평에서다. 중국은 미국의 대만 챙기기 기류에 대해선 이미 촉각을 세우고 있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달 13~21일 미국을 방문했던 리다웨이(李大維) 대만 국가안전회의비서장과 회담을 가진 데 대해 루캉(陸慷)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 정부는 분명하게 중화인민공화국 정부가 중국을 대표하는 유일한 합법 정부이며 대만과는 비정부간 교류만 하기로 약속했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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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의 속내는 정부의 공식 반응이 아니라 외곽 매체를 통해서 더 잘 드러나고 있다. 환구시보는 지난 3일 미국 국방부 보고서를 다룬 사설에서 “대만독립 세력이 계속 자기 귀만 막고 방울을 훔치려 한다면 ‘반국가분열법’의 레드라인을 밟는 것으로 스스로 죄를 짓고는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대만을 향해 딴 생각은 하지도 말라고 경고한 셈이다.
‘대만=국가’로 표기한 펜타곤의 보고서를 놓고 2일 이후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는 중국의 기류를 놓고 베이징에선 “폭풍전야 같다”는 얘기도 나온다. 중국 입장에선 워낙 큰 문제인 데다 미국 정부가 대만을 국가로 인정했다고 비난할 경우 ‘대만=국가’ 이슈가 국제사회에 퍼질 수 있어 오히려 중국 당국이 감정 노출을 절제한 채 대응 수위와 방법을 놓고 냉정하게 따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베이징=신경진 특파원 shin.kyung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