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합의 공개되면 법관 공격받을 것"
그는 지난달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부장 박형순)가 ‘재판 합의는 공개할 수 없다’고 한 판결을 예로 들었다. 해당 사건에서 소송을 낸 A씨는 공갈 유죄로 징역 1년6개월 형을 선고받은 뒤 재판부의 합의 과정이 담긴 ‘대법원 재판연구관의 심리의견서’ 등을 공개해달라고 했다. 당시 법원은 ‘심판의 합의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규정한 법원조직법 65조를 들며 이를 기각했다. 그러면서 “합의를 둘러싼 내ㆍ외부의 공격을 막고 법관의 양심과 증거에 따른 사법권 행사를 보장해 국민과 소수자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 거래' 밝히려면 판사들 증언 필요한데…
지난달 임모 판사는 합의 내용 공개를 거부한다는 내용이 담긴 의견서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36부(부장 윤종섭)에 제출했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명예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가토 다쓰야 전 산케이신문 서울지국장의 1심 재판부 주심 판사였다. 검찰은 행정처가 판결의 세부 문구까지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지만 주심 판사가 입을 닫은 것이다.
이에 대해 한 부장판사는 “판사가 합의 과정을 비공개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며 “예외를 두기 시작하면 끝이 없다. 판사들이 검찰 수사에 불려가 재판 합의 과정을 줄줄이 이야기한 것부터가 잘못”이라고 밝혔다.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에서 벌어진 위법을 감추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판사는 “판결이 나오기까지의 순수한 논의 과정을 밝히는 것과 판사들이 윗선의 부당한 지시를 받아 재판에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것은 결이 다르다”며 “법관의 독립이라는 당초 법의 취지에 오히려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