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455조810억원(계절조정 기준)으로 집계됐다. 전분기보다 0.4% 쪼그라들었다. 1분기 경제성장률은 지난 4월 발표한 속보치(-0.3%)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2008년 4분기(-3.2%) 이후 10년3개월 만에 최저치다.
소득·투자 부진, 10년 만에 최저
정부 돈 풀기에 기댄 성장 한계
올해 2.5% 성장률 달성 빨간불
경제 주체별 성장 기여도에선 정부(-0.6%포인트)가 민간(0.1%포인트)을 갉아먹었다. 지난해 4분기(정부 1.1%포인트, 민간 -0.3%포인트)와 정반대다. 정부의 돈 풀기에 기댄 성장의 한계가 드러났다.
한국 경제의 엔진인 수출은 더 힘이 빠지는 모양새다. 더 큰 문제는 짙어지는 ‘불황형 흑자’의 그림자다. 1분기 수출은 3.2% 감소했다. 속보치보다 0.7%포인트 낮아졌다. 같은 기간 수입은 3.4% 줄었다.
성장이 뒷걸음질하니 소득도 줄었다. 1분기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전분기보다 0.3% 감소했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명목 GNI는 전분기보다 1.4% 줄어들었다. 2008년 4분기(-1.5%) 이후 10년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GNI는 전체 국민이 국내외에서 벌어들인 임금·이자·배당 등 모든 소득을 합한 것이다. 소득의 감소는 소비 위축으로 이어져 식어가는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
올해 2.5%의 경제성장률 달성에는 빨간불이 켜졌다. 국내외 기관이 잇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다. 목표치인 2.5% 성장률을 달성하려면 우선 2분기에 1.3~1.4%(전분기 대비)의 ‘깜짝’ 성장을 기록해야 한다. 이후 3분기와 4분기에 각각 0.9~1.0% 성장해야 목표에 이를 수 있다. 한은이 다음달 수정 경제 전망을 발표할 때 당초 성장률 전망치를 낮출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1분기 수치를 살펴보면 건설과 수출 등 우려한 측면의 상황이 더 나쁘다는 것이 드러났다”며 “2분기 이후 성장률 반등의 변수는 수출이지만 지난달 수출통계를 보면 상황은 좋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와 한은의 금리 인하에 대한 압력도 커질 수밖에 없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수출이 더 나빠지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에서 빨리 통과돼 집행돼야 한다”며 “한은도 금리 인하에 나서야 경기를 추세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