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개발도상국 이야기가 아니다. 불과 한 세대 전 대한민국 수도 서울의 모습이다.
5일은 유엔 지정 제24회 '환경의 날'
1984년 환경청 발간 '환경보전' 책자
당시 심각했던 오염실태 담고 있어
인류가 건강한 삶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환경의 중요성을 되돌아보기 위해서 유엔이 제정했다.
여전히 미세먼지와 지구온난화, 폐기물 대란 등 환경문제가 심각하지만, 한 세대 전과 비교해보면 좋아진 것도 많다.
지난 1984년 당시 환경청이 발간했던 '환경보전' 책자의 내용과 현재 상황을 비교한 결과다.
'환경보전' 책자는 지금의 '환경백서'와 같은 개념이다.
1980년 발족한 환경청은 1991년 환경처로, 1994년 환경부로 승격했다.
먼지는 지금 두 배 수준
그나마 80년 0.094ppm에서 크게 개선된 수치다.
80년 겨울엔 서울의 아황산가스 농도가 0.161ppm으로 치솟아 눈과 목이 따가울 정도였다.
구로공단 등 공단지역에서 배출되는 것뿐만 아니라 겨울철 난방과 취사를 위해 연탄을 사용한 탓이 컸다.
하지만 35년 후인 지난해 서울의 아황산가스 농도는 기준치인 0.02ppm보다 훨씬 낮은 0.004ppm이었고, 겨울철에도 0.005ppm을 유지했다.
당시에는 총부유분진(TSP), 즉 떠다니는 모든 먼지를 크기와 상관없이 측정했다.
서울의 경우 TSP 연평균치가 주거지역에서는 ㎥당 129㎍(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었고, 상업지역은 229㎍/㎥, 공업지역은 263㎍/㎥였다.
상업·공업지역은 환경기준치 150㎍/㎥를 훨씬 초과했다. 당시 부산의 공업지역은 342㎍/㎥이나 됐다.
일반적으로 TSP의 절반이 입자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인 미세먼지(PM10)이고, 또 미세먼지의 절반이 초미세먼지(PM2.5)라고 본다.
당시 서울 상업·공업지역에선 미세먼지가 100㎍/㎥ 이상, 초미세먼지가 50㎍/㎥ 이상으로 현재의 두 배를 웃도는 셈이다.
당시 대기오염측정소는 서울 10곳 등 전국 8개 도시에 29곳에 불과했다. 2017년 말 기준으로 전국에는 111개 시·군, 533곳이 대기오염 측정망이 설치돼 있다.
오·폐수에 무방비였던 하천
지난해 수질이 1.2ppm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그리 나쁘지 않았던 셈이다.
하지만 팔당호 하류 서울 구간에서는 중랑천과 청계천 등에서 오염물질이 들어오면서 노량진 지점은 6.1ppm, 영등포는 9.4ppm으로 4~5급수 수준이었다.
당시는 한강 본류에서도 취수해 수돗물을 생산했는데, 고도정수처리가 필요한 수질이었지만 고도정수처리는 엄두도 못 냈다.
대구 금호강 오염 탓에 낙동강 고령지점의 BOD가 당시 11ppm(현재는 2.6ppm)이나 됐다.
영산강 광주 지점은 도시 오·폐수 탓에 BOD가 28.9ppm(현재는 3.1ppm)이나 됐다.
전국에는 하수처리장이 4곳뿐이었고, 그나마 오염물질도 제대로 걸러내지 못했다.
현재는 전국에 649곳의 크고 작은 하수처리장이 가동 중이며, 하수도 보급률도 93.2%에 이르고 있다.
폐기물 97%를 땅에 매립
이 중 96.5%인 4만144t은 그대로 매립됐고, 소각은 2.1%, 재활용은 1.4%에 불과했다.
산업폐기물도 82%인 하루 2만4000여t이 매립됐다.
당시에는 위생 매립의 개념도 별로 없었다. 빗물이 매립장 내부로 스며들어 그대로 침출수가 됐다.
서울 쓰레기를 매립하던 난지도 앞 한강에는 침출수가 흘러들었고, 매립지 악취는 한강 남쪽 양천구까지 넘나들었다.
쓰레기 문제는 90년대 초 폭발 직전에 이르렀고, 결국 95년 쓰레기 종량제가 전국적으로 시행된 덕분에 가닥이 잡혔다.
환경부는 2017년 기준으로 전국에서 하루 5만3490t의 생활 쓰레기(가정 쓰레기와 사업장 생활계 쓰레기)가 배출됐고, 매립된 것은 13.5%인 7240t이었다. 대신 소각이 24.9%, 재활용이 61.6%로 높아졌다.
올해 환경부 예산은 6조9255억원은 83년의 334.7배다. 같은 기간 정부 예산이 45배로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환경예산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현재는 정부 예산의 1.47%를 차지한다.
아직도 갈 길 멀어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난 30여 년 동안 청정연료 보급이나 오염 방지 장치 확충 등 많은 투자를 통해 아황산가스나 먼지 등 1차 대기오염은 크게 줄었으나, 이제는 2차 대기오염이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대표적인 것이 초미세먼지나 오존 오염이다. 가스 상태로 배출됐다가 공기 중에서 반응해 2차로 생성되는 것들이다.
미세먼지 자체뿐만 아니라 질소산화물 등의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동 교수는 "화학물질 사용량이 많고, 그중에서 대기로 방출되는 것도 많은 게 국내 현실이고 그래서 호흡기 질환자나 폐암 환자가 줄지 않는다"며 "유해 대기오염 물질에 대한 관리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폐기물 고형연료(SRF) 사용 시설이나 소각 시설 인근 주민에게 과감한 인센티브를 부여할 필요도 있다는 것이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