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잔치라고만 하긴 어려운 대회였다. 차이콥스키, 반클라이번 콩쿠르의 총괄 디렉터를 지낸 로버트 로진스키를 총감독으로 불러왔다. 결선 무대에서는 미국의 명문인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 음악감독이자 잘 나가는 지휘자 야닉 네제 세갱이 ‘반주’를 맡았다. 무엇보다 결선 진출자 6명엔 중국인이 없었고 우승 메달은 캐나다 참가자에게 돌아갔다. 민간의 돈 없이 중국 정부가 주최한 콩쿠르는 오래된 편견을 세련되게 비켜나갔다.
한 측면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이 대회는 국제 콩쿠르의 현재를 잘 보여준다. 유명 경연대회에서 우승하면 세계적 무대 연주가 줄줄이 잡혀 매진되고 카퍼레이드를 하며 본국에 금의환향하던 시대는 끝난 지 오래다. 콩쿠르 숫자의 증가에 비해 클래식 음악 공연 시장의 성장 속도가 느렸기 때문이다. 여기에 뛰어든 중국은 단 1회 만에 국제적 수준의 콩쿠르가 가능하지 않느냐고 질문을 던지고야 말았다.
올해는 61년이 된 차이콥스키 국제 콩쿠르의 해다. 러시아에서 이달 중순 시작해 27일 모든 경연이 끝난다. 전통적 콩쿠르들은 CIMC와 같은 도발적 질문에 대해 서사라는 방향을 제시한다. 참가자들의 연주를 첫 라운드부터 생중계하고 온라인 청중이 서로 토론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모든 청중이 1등 한 명을 바라보게 하는 게 아니라 본인의 취향에 맞는 연주자를 오랜 시간 지켜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제 훌륭한 콩쿠르라 불리는 대회들은 우승 상금보다 우승자 연주 무대 마련에 더 많은 돈을 쓴다.
세계의 음악 경연대회는 한순간에 끝나는 첨예한 경쟁의 시대를 끝내고 내러티브의 시대를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1등보다 더 화제가 되는 개성파 참가자들도 응원을 얻어 간다. 상금 1억원 시대의 콩쿠르 관전법이 바뀌고 있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