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S, 자손에 유전자 전하는 ‘염색체 복제’ 핵심 원리 밝혀

중앙일보

입력 2019.06.03 18:00

SNS로 공유하기
페이스북
트위터
모든 생명체는 자신의 유전정보를 후대에 전달한다. 염색체가 자신을 복제하는 것은 바로 이를 위한 행동이다. 염색체 안에는 생물의 특징을 결정짓는 ‘설계도’인 DNA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사람에게는 총 46개의 염색체가 있으며, 이를 복제하는 것은 생명체를 유지하고 유전정보를 전달하는 필수 과정이다.
 

DNA는 인간의 유전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46개의 염색체에 모두 들어있다. [사진 PIXABAY]

국내 연구진이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염색체 복제의 핵심적인 원리를 밝혀냈다. 그간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던 염색체 복제의 ‘마무리 작업’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증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기초과학연구원(IBS)과 울산과학기술원 공동연구진은 염색체 복제를 종료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ATAD5-RLC’ 단백질의 기능을 비롯해 염색체 복제가 종료되는 일련의 과정을 규명했다고 3일 밝혔다. 해당 연구 성과는 같은 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염색체 복제에는 증식성 세포핵 항원(PCNA)가 깊게 관여한다. 바늘에 실을 꿰듯 PCNA가 DNA에 결합해 염색체 복제와 복구 과정에 기여한다. 그러나 이 과정이 종료될 때 어떤 과정을 통해 PCNA가 DNA에서 떨어져나오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ATAD5-RLC 단백질이 중요역할을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래픽제공=기초과학연구원]

기존 염색체 복제의 시작 과정은 기존에 알려져 있었다. 연구진은 “고리 형태의 단백질인 ‘증식성 세포핵 항원(PCNA)’이 마치 바늘구멍에 실을 꿰듯 염색체 속 DNA와 결합한다”며 “이를 통해 염색체를 복제하고 손상된 염색체를 복구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이 끝나면 PCNA가 DNA와 분리되면서 염색체를 복제하는 과정이 끝난다.

실·바늘처럼 DNA에 붙는 PCNA
ATAD5-RLC 단백질이 떼어놓아
PCNA 제거 안되면 암·돌연변이도
유전 질환 근본 원인 규명 첫걸음

그런데 PCNA가 임무를 마무리하고 DNA에서 떨어져 나가는 원리는 밝혀진 바 없었다. 연구진은 이 과정에서 ATAD5-RLC 단백질이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각각의 분자를 형광물질로 표시해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단분자 형광 이미징 실험법’이 그것이다.
 

연구를 진행한 명경재 IBS 유전체항상성 연구단장이 현미경을 통해 형광물질로 표시한 분자를 관찰하고 있다. [사진 기초과학연구원]

관찰 결과 해당 단백질은 DNA에 결합했던 PCNA를 떼어내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PCNA의 고리를 열어 DNA에서 분리, 염색체 복제를 종료시키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연구진은 “염색체 손상 때문에 변형된 PCNA 역시 이 같은 과정을 거쳐 DNA에서 분리된다”며 “염색체가 손상에서 복구되는 일련의 과정도 해당 단백질로 인해 마무리된다”고 밝혔다.
 
ATAD5-RLC 단백질의 기능을 밝힌 것이 어떤 의미가 있을까. 연구를 진행한 명경재 IBS 유전체항상성 연구단장은 “염색체 복제가 정확히 종료되지 않으면, 염색체에 돌연변이가 생기고 암이 유발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가 유전 정보의 이상으로 발생하는 질환의 근본 원인을 밝히고, 나아가 치료법을 개발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명 단장은 또 “PCNA와 DNA의 결합·분리는 생명체의 필수 대사과정인 염색체 복제를 이해하기 위한 중요 정보”라며 “생명의 근원을 이해하는 데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